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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전 준비해야 할 것들

by Applepie

가까운 지인분께서 조카의 초등 입학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물어오셨다. 3년 후 내 아이가 겪을 일이기도 하고 초등 입학에 대해선 늘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터라 긴 고민 없이 이 글을 작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정리하니 생각이 방대해 간단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작성해보았다.

유치원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크게 다른, 초등학교 1학년 준비에 필요한 것들을 크게 학습면과 생활면으로 나누어 얘기해보고자 한다. 한가지 확실히 해두고 싶은 점은 여기 나오는 것들은 '내 아이가 입학한다면'에 초점을 맞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모든 초등학교 교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육과정 상으론 1학년 1학기 국어에 ㄱ,ㄴ,ㄷ부터 나오고 수학에는 1에서 9까지 수세기부터 나오지만 난 내 아이에게 그런 것들은 미리 가르쳐서 보내려고 한다. 실제 교실은 한 학급에 30명도 넘는 경우가 많아 일대일 학습이 힘들다는 점이나 대부분의 입학생들이 수세기와 한글을 익히고 오는 현실 등을 고려한 이야기이니 너무 원론적으로 받아들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내 머릿속 뒤죽박죽 섞인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주신 지인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학습면>


1. 한글 해득

나라면 입학 전 한글은 다 익혀서 보낼 것 같다. 문장을 유창하게 읽고 쓰는것까진 버겁더라도 받침 있는 낱말이나 짧은 문장까지는 읽고 쓸 수 있게 하려고 한다. 학교에는 안내판, 칠판, 교과서 등 글씨가 많은데 그걸 읽을 수 없다면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시작할 것이기도 하고 사실 한글을 전혀 몰랐던 아이가 익히기엔 1학년 1학기 한글시간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자를 해득한다는 건 문자에 관심갖기부터 시작해서 아이 나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이루어진다. 글자와 소리, 뜻을 연결하는 과정이 미취학 시기에 충분히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한글 지도를 해보면서 혹시 내 아이가 난독증은 아닐지도 점검해보셨으면 한다. 요즘 난독증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 같아 자료를 찾아보니 낭독혁명(고영성, 김선 저)에서는 6~11세의 아동 중 난독증인 아이들이 2~8%로 추정된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10%에 달한다고. 2017년 국감에서는 이보다 낮은, 초등학교 학생의 1%안팎이 난독증이라는 보고가 있었다. 시도별로 차이는 있는데 가장 높은 지역은 1.5%정도, 낮은 지역은 0.6%정도라고 한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1%면 한 학년에 1~2명 꼴이니 그리 드물지 않은 수치인 것이다. 대개는 별 문제 없겠으나 아이에게 한글 공부를 시켜보시고 아이가 음절 분할이나 음소 인지를 잘 하는지 확인해 보시길 권한다.

만약 내 아이가 난독이라면 치료가 시급하니 부모님이 입학 전에 빨리 움직이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 작년에 난독인 학생을 담임했는데 부모님이 모르고 있던 경우라 진단부터 등록까지 학기 초 정말 소중한 시간이 낭비되더라. 국어시간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니 아이의 심리가 많이 위축되어 있음은 당연했다. 참고로 그 학생은 글자는 거의 읽지 못했을 때에도 수학 실력은 우수했다. 하지만 글을 읽지 못해 문장제문제는 해결할 수 없으니 수학 실력도 점점 떨어지더라. 이 학생의 경우만 보아도 난독은 지능의 문제라기 보단 뇌의 결함이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기초학력 전문 교사를 붙여도 해결되지 않던 이 학생은 병원 치료와 연계하니 일취월장으로 읽기 실력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2. 시계 보기, 날짜 개념 알기

사실 이것도 원론적으론 2학년 교육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때까진 몰라도 된다. 하지만 나라면 취학 전 시계 읽기와 달력 보기는 가르치겠다. 글쎄,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내가 있었던 모든 학교의 교실에는 전자 시계가 아닌 바늘로 된 시계가 벽에 걸려있었다. 등교시간, 수업 시작과 끝, 쉬는 시간뿐 아니라 방과후나 돌봄교실등을 가야 할 경우 스스로 시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날짜 개념도 비슷한 이유이다. 학교는 교육과정이 짜여져 있어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날짜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예-28일은 수영 체험학습일이에요. 혹은, 다음주 목요일은 체험학습일입니다.) 내 아이가 선생님의 이런 말씀들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2학년 수학에 나온다 해도 시간, 날짜개념이 전혀 정립되어 있지 않은 아동이 2학년 해당 단원이 진행될 동안 익히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더라. 시계를 보고 몇분이 지났는지 계산이나, 각 달이 몇일까지 있는지, 달력에서 날짜 계산하는 것 등 정교한 학습은 2학년에서 해도 충분하나 바늘 시계를 볼 줄 알고 월, 주, 요일등의 개념이 대강이라도 잡혀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 그림 그리기, 가위질하기, 풀칠하기

1학년의 교과는 꽤 단순하다. 국어, 수학, 통합교과, 안전한생활이다. 이 중 통합교과는 과거의 바생, 슬생, 즐생에 해당하는 것으로 요즘은 한데 묶여 봄, 여름, 가을, 겨울 교과서로 나온다. 이들 통합교과에서는 그리기, 만들기 등으로 표현하는 활동이 정말 자주 나오는데 아무래도 글쓰기보다 그림이 익숙한 저학년들의 발달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거의 매일 들어있는 통합교과 시간이 즐거우려면 잘 그리진 못하더라도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를 어느 정도로는 그릴 줄 아는 것이 좋고 가위질, 풀칠도 스스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스스로 할 수 있다면 일단 기분이 좋을거고 자아 효능감도 높아질 것이다.


4. 10까지의 수에 익숙해지기-수세기, 거꾸로 세기, 가르기, 모으기

이것도 한글과 비슷한 맥락이다. 수를 교과서로 접하기 전에 생활속에서 많이 익히고 가면 수학 시간에 더 자신 있을 것이다. 10까지의 수와 양을 일치시키기, 거꾸로도 세어 보고 부모님이랑 번갈아서도 세어 보고 하면서 10까지의 수를 충분히 익히고 입학하면 좋을 것 같다. 좀 더 욕심을 내는 부모님이라면 가르기와 모으기도 추천하고 싶다. 나는 1학년 수학의 꽃이 가르기와 모으기라고 생각하는데 덧셈, 뺄셈의 기초가 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자릿수 덧셈을 능숙하게 하는 2학년 학생도 의외로 가르기, 모으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계적으로 계산만 하는 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운 활동이기 때문이다. '10 이하의 수 가르고 모으기'가 1학년 수학에 나오고 선생님들이 충분히 지도하시지만 나라면 입학 전 아이에게 정말 많이 접하게 할 것 같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간식 줄때, 블럭 놀이할때 등 무수히 많은 구체물로 시도해 볼수 있을 것이고 할리갈리 게임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생활면>


1. 공동체 생활에 대한 이해

사실 신입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공동체 생활이 아닐까 싶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규칙이 더 많고 스스로 해야하는 것들이 많아 힘들 것이다. 또한, 아이 입장에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참고 다른 친구나 규칙 준수를 우선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면? 다른 친구들을 자주 괴롭힌다거나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한다거나 하는 아동은 일단 학급에 안좋은 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본인에게 엄청난 손해다. 담임교사는 1년 후엔 바뀌지만 친구들은 전학가지 않는 한 졸업때까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 기억속에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 규칙 늘 안지키는 아이'로 남기 전에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지도해 두는 것이 좋다. 실제로 1학년때 그런 아이를 담임한 적이 있다. 화를 못참고 툭하면 손이 나가고 늘 자기중심적인 아이었다. 위로 누나가 줄줄이 있는 집의 귀한 아들이라 부모님도 어화둥둥, 따끔히 지도하질 못하셨다. 그 애가 6학년이 되었을 때 교실에서 걜 볼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1학년때와는 상황이 완전 달라졌더라. 대장처럼 큰소리치고 친구들 때리고 마음대로 하던 아이가 혼자가 되어 있었다. 담임선생님 말로는 하도 친구들과 많이 부딪히니 친구들이 알아서 피하게 되었다고. 씁쓸하고 안타까웠지만 너무 뻔하게 예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2. 하루 일과에 익숙해지기-규칙적인 생활 하기

유치원 등원하는 아이라면 딱히 따로 연습할 건 없겠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기, 등교시간 지키기. 기본이다.

3. 40분 동안 앉아 있는 연습 하기

초등학교의 1교시는 40분이다. 40분동안은 급한 경우를 제외하곤 앉아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사실 40분동안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하기는 힘들다. 40분동안 집중이 지속되긴 어려우나 적어도 앉아는 있는 것이 좋다는 거다. 쓰레기 버리러 간다거나 화장실 간다거나 하며 (건강상 이유는 제외) 자꾸 엉덩이를 떼는 학생들이 있는데 지도하고 싶어도 '수업시간에 화장실은 마음껏 가게 놔두세요.'와 같은 학부모 민원도 꽤 들어오기 땜에 담임교사가 강제하지는 못한다. 근데 그러면 아이에겐 습관이 된다. 당연히 수업에 그만큼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학습격차가 커질 것이다.


4. 선생님에 대한 존중(부모님)

마지막으로 학부모님에 대한 부탁 말씀. 설령 담임교사가 맘에 안들더라도 아이 앞에선 흉을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교사 자존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이다. 부모님으로부터 선생님의 흉을 자주 듣고 등교한 아이는 교사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왜 아니겠는가, 우리 엄마 아빠가 인정하지 않는 어른이 대단해 보일 리가 없다. 그러면 교육활동에 구멍이 뚫리고 이것은 고스란히 아이의 손해가 된다. 내 아이는 선생님의 말씀을 성경처럼 받들었으면 좋겠다. 선생님께 칭찬받기 위한 마음이 학교 생활의 원동력이 되어 뭐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불만이 있으실 경우 아이 앞에선 흉을 보지 마시고 교사에게 직접 연락해 주시면 어떨까 한다.

이 글을 작성하며 어떤 순간엔 교사의 입장으로, 또 어떤 순간엔 미취학 아동의 엄마가 된 입장으로 바라보았다. 부디 이 글이 단 한명의 부모님, 선생님에게라도 도움이 됐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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