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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집중력 기르는 방법

집중력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더라.

by Applepie

올해 처음 부임받은 학교에서 처음 맡게 된 학급의 아이들과 첫 수업을 했던 시간, 그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4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집중력이 너무 엉망이었던거다. 평소 바른 자세, 집중하는 눈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겐 매우 당황스럽고 숨이 턱 막히는 고난의 순간이었다. 3월 한달간은 나도 헤맸다. '너네 이래서 고학년 됐을때 어려운 공부는 어떻게 할거야?'협박도 해보고 자세 좋고 집중 잘하는 친구에겐 보상을 주는 등 어르고 달래보기도 하였다.


처음 발령받은 1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의 집중력은 갈수록 나빠지는 것 같다.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하게 재밌는 도구가 초등학생에게도 일반화된 점도 있을테고 코로나로 원격수업이 길어졌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코로나는 어떤식으로든 아이들의 인지적 능력에 상처를 남겼다. 그당시 1학년이었든 6학년이었든, 하루 중 가장 중요한 한 끼를 1년 이상 걸렀다고 비유하면 맞을까. 심지어는 이제 입학하는 1학년들도 예년과 다르다고 얘기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 한글 미해득 비중도 확연히 높아졌다고.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면 젊은 부모세대의 가치관 변화도 학생들의 집중력, 나아가선 학력저하에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부모님들은 꼭 앉아서 공부하는것만이 중요하지 않고 다양한 길이 열려있다고 생각하신다. 또 고난을 이겨내는 것보다 지금 당장 행복의 가치를 우선하는 경향도 보인다. 아이가 힘들어 하는데 억지로 공부를 시키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게 하는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지는 것 같다. 큰 틀에는 동의하나 그래도 잘 안되는 것을 이겨내고 학습에 집중하려고 애쓰는 연습은 꼭 제공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시행착오의 시기를 지나고 학생들의 집중력 강화를 위해 교실에서 노력하고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적어보겠다.


1. 책상 위에 불필요한 물건은 올려놓지 않는다. 글씨 쓸때를 제외하곤 손은 무릎에 두기.

각도기, 자, 지우개, 가장 끝판왕은 삼색볼펜이다. 하긴 삼색볼펜이 앞에 있으면 어른인 나도 만지작거리고 싶던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싶어 연필과 지우개만 꺼내놓고 온갖 필기구는 다 책상 서랍 안에 넣게 한다. 만지작거릴 물건들을 차단하는 것.


2. 공책정리도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학창시절 지루한 수업중에도 필기만은 빠뜨리지 않았던 경험이 많이들 있을거다. 작년까지는 저학년을 하느라 노트정리를 하지 않다가 올해부터 사회과에서 노트정리를 도입했다. 코넬식 노트정리법을 우리반 아이들 수준에 맞게 고쳐보았다.

지금은 내가 시범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노트의 내용들은 내가 일방적으로 쓰지 않는다. 수업 마무리 단계에서 교과서를 다시 살펴 보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노트정리에 들어갈 부분)을 함께 고른다. 처음에는 교과서의 문장을 그대로 적다가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4월에 와서는 개괄식으로 정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마지막으로 오늘 수업의 키워드를 함께 골라 오른쪽에 쓰면 그날 노트정리는 마무리된다. 수업의 내용을 정리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했으나 갈수록 아이들의 집중에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쓰는 활동 자체가 딴곳에 정신을 두기 어렵고 쓰는 내용을 학생도 함께 만들어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


3. 과제는 소분하여 단계별로, 그러나 다 끝내고 집에 가기.

한 차시에 해야할 과제가 너무 많으면 쉽게 지치고 집중을 잃는다. 단계별로 과제를 제시하거나 그냥 '벌써 3번까지중에 1번 끝냈네. 두개 남았다.'라고 교사가 말해주는 것도 집중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된다. 또 과제의 양이 적당하다 싶으면(학생 90% 정도가 시간안에 끝내는 경우) 다 하지 못한 학생은 하교 후에 남아서라도 하고 가게 한다. 사실 남는다고 하지만 5~10분안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10분 더 투자해서라도 과제를 완수하는 것. 요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부이다. 그리고 한번 남아본 경험이 있으면 다음번엔 더 정신을 차리고 시간안에 해결하고자 애쓰게 된다.


4. 가장 중요한건 동기

사실 수업에 집중하고자 하는 동기만 높게 형성돼 있다면 책상위에 뭐가 있든 만지작거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궁극적으로는 내재적 동기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에게 100%내재적 동기만을 기대하긴 힘들고 일단 외재적 동기가 내재적으로 바뀌게 하는 전략을 쓴다. 칭찬으로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미덕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기도 하고 집중을 잘 하는 학생에게는 상점도 준다. 더불어 이해하기 쉽고 재밌는 수업(은 나의 과제...ㅜㅜ)까지 있다면 집중하는 습관이 몸에 붙는 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한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의 집중력이 가장 큰 고민이라 솔직히 출근하기 싫은 날도 많았다. 지금은 나도 과한 기대를 거두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노력중이다. 3월보다 4월이 낫듯이 갈수록 더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쓴 너의 아이는 어떠하냐, 과연 집중력이 우수하냐고 물으신다면 흠... ㅜㅜ불행하게도 집중이 짧다는 말을 종종 듣는 5세 아들의 집중력 향상 방법에 대해선 후속편으로 다음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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