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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pie Aug 26. 2023

나무도 숲도 중요해

관심사를 확장하더라도 숲을 꼭 봐야할 과목

 앞선 글들에서 아이의 관심사를 시작점으로 하여 깊게 파고들고 넓게 확장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미취학 또는 학령기 아이의 인지발달에서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단단하고 멋진 공룡 나무, 예쁜 색 꽃을 피우는 악기 나무, 향긋한 과일이 열린 야구 나무가 뿌리를 제 아무리 깊고 넓게 뻗친다 해도 멀리 떨어져서 보면 군데군데 듬성듬성 구멍이 뚫린 숲이 보일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나는 국어와 수학 부진아인 곤충 박사,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종이접기의 달인 등 멋진 나무를 키웠으나 무성한 숲은 만들지 못한 학생들을 여럿 보았다. 교사로서 숲을 꼭 만들어야 할 과목들과 접근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단, 이 글을 적용할 수 있는 연령은 미취학~초등학생까지임을 밝힌다.


1. 국어-읽기, 말하기

 그럼 숲을 의식하고 가꿔줘야 하는 과목은 무엇일까. 첫째는 국어이다. 문자 교육은 취학 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문자를 전혀 모르고 입학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문장을 유창하게 읽거나 모든 받침 있는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한글을 깨친 상태에서 입학하는 것이 국어과 외의 수업을 따라가고 학교에 적응하는데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가 한글을 듬더듬 읽을 때부터 소리내어 읽기를 적극 권장한다. 처음에는 한 글자부터 시작하여 차츰 단어와 문장까지. 묵독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가정과 같이 방해받지 않는 장소에선 소리내어 읽을 기회를 많이 가지면 좋겠다.


   년 전까진 따로 가정에서 신경써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최근 생각이 바뀐 것이 있는데 바로 '말하기'이다. 얼마 전 들은 연수에 의하면, 요즘 10대들은 문장으로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명사나 형용사로 문장을 마쳐버리거나 말하기가 어려울 입을 닫아버리는데 심지어는 대입 면접에서도 대답을 아예 안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음식을 주문할때도 전화 대신 어플을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대에게 문장을 갖추어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피치 학원을 다닐 필요까지는 없고 일상생활에서 문장으로 대화하는 연습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말하기는 심리적 장벽이 낮은 상황에서 유창하게 할수 있기에 부모와 형, 누나처럼 자신보다 언어 발달이 빠르며 친근한 존재와의 대화가 좋겠다. 어린시절부터 부모와 짧지 않은 문장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본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말하기 실력에서 점차 차이를 보이리라 생각한다.


2. 수학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과목은 단연 수학이다.(나도 그랬음) 그런데 아이들을 10년 넘게 가르쳐 보니 의외로 수학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준비하면 전혀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수학=문제풀이'라는 공식이 수학을 만만하게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학의 다섯 영역(수와 연산, 도형, 규칙성과 문제해결, 측정, 확률과 통계)중 사실 초등학교에서는 수와 연산의 비중이 가장 높고 또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 한다.

 

구체물의 중요성

학교에서 수학 수업을 할 때 가장 안타까운 점은, 학생들의 수개념은 점차 약해지는데 그런 개념을 세워줄 구체물을 충분히 다룰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받아올림이 있는 계산을 할 때 1모형을 10모형으로 바꾸며 받아올림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수배열판을 맞춰보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수의 순서와 10진법에 대한 이해를 심화한다. 이런 구체물의 중요성을 알기에 나는 아이 네살 무렵부터 수모형, 연결큐브, 수배열판, 시계 같이 비싸지 않은 구체물들을 구입해서 아이가 갖고 놀 기회를 주었다.


문제풀이

아이를 키우며 깜짝 놀란 것은 시중에 유아 대상 수학문제집이 진짜 다양하고 잘 나와있다는 것이다.

기본 개념을 그림으로 자세히 설명한 것, 연산 드릴연습에 초점을 맞춘 것, 사고력, 심화 문제집도 영역별로 진짜 다양했다. 하물며 초등생용은 어떨까. 더 많을 것이다. 7세 무렵부터(빠르면 5,6세도 가능하더라) 이렇게 다양한 문제집 중 하나를 아이와 함께 골라서 수학 문제를 푸는 시간은 매일 10분씩이라도 가진다면 무성한 수학 숲을 키울수 있을 것이다.


선행은?

아이 5세 무렵부터 문제집을 몇 쪽씩 풀다 보니 자연스레 초등 내용에 닿게 되었다. 아이 문제집에서 받아올림이 없는 (두 자릿수)+ (한자릿수) 계산이 나온 것이다. 여기서 잠깐 연산 드릴 문제집을 도입할까 고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에게 수 모형을 이용해 계산하도록 하였다. 아이는 문제집의 문제를 스스로 읽고 이해하지만 연산의 일부는 수모형을 이용하여 해결하는 것이다. 수학 문제풀이는 매일 하되, 여섯살 아이가 두자릿수 연산을 정교하게 하는 것이 아직은 급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절충한 방법이었다. 입학 전 연산 연습까지 질리도록 하면 나중에 학교 수학시간이 얼마나 지루하겠나 하는 교사맘노파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국어와 수학만을 얘기했지만 각 가정의 가치관에 따라 더 가꾸고 싶은 숲이 있을 것이다. 무성한 스포츠 숲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도 계실테고 영어 숲을 가꾸고 싶은 가정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이런 숲을 가꾸는 데에 많은 가정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가. 자신만의 개성있고 멋진 나무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치중한 나머지 숲을 보는 것을 등한시 하지 않으면 좋겠다. 더 많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멋지고 무성한 숲을 키우며 자라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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