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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pie Nov 21. 2022

수학전집, 꼭 구매해야 할까?

 몇 주 전, 토요일 오후에 휴대폰이 울렸다. 몇번 거래한 적이 있는 어린이서점 사장님 번호가 휴대폰에 떴다.

"○○엄마, 지금 좋은 기회예요! 수학 전집 안 샀으니 지금 사요."

-"아, 네. 전 괜찮습니다." 하며 다소 불편하고 미안한 맘으로 거절의 의미를 내비쳤는데 사장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우리 가게 단골 아이가 이번에 학교에 입학했는데 세상에 유치원이랑은 완전히 수학이 다르더래요. 입학전에 학습지를 했는데 그거 가지곤 부족하더라네. 수학동화를 안 읽혀서 그런것 같다고 아주 후회하더라고. 그러니까 ○○엄마도 어서 수학동화 사요. 이거 꼭 읽혀야 해."

순간 여러 말이 입 안에 머물렀지만, 뱉어내진 않았다. 대신 생각해보겠다고 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사장님의 말씀이 100% 진실이었는지, 마케팅이었는지는 알수 없다. 진심으로 하신 전화든, 마케팅이든 나는 구매할 생각이 없으니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성장에 '꼭 사야할 것'은 없다

 

그럼 내가 수학전집을 구매할 생각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수학전집(혹은 수학동화)이 아무 소용이 없어서? 그건 분명 아니다. 모든 책들이 그렇듯 수학 전집도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그 날 사장님이 권했던 그 전집을 출판하는 출판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책 소개 문구를 읽어보았다. '일상 속 경험과 관련된 이야기로 친근하게 수학을 느끼도록' 이라는 문구가 가장 눈에 띄었다. 타당한 홍보이다. 아무래도 수학 동화를 읽으면 저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그리고 조작할 수 있는 부록까지 있다니 잘 활용한다면 분명 아이의 수학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저 물건의 효용과 가격, 우리 아이의 성향과 시간, 우리집 책꽂이의 자리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 것일 뿐, 구매 결정은 각 가정마다 다르게 내릴 것이다. 구입한다고 해서 호구도 아니고 구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의 수학실력에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비단 수학 전집이 아니더라도 한 아이의 발달과정에 '이걸 사지 않으면 큰일날 것'이 과연 존재할까? 그런건 양육자의 사랑이나 탄단지 같은 영양소뿐이지 않을까.


교육과정 개정이 사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되진 않는다

 

아이가 아주 어릴때 아파트 단지에서 내 팔을 붙잡던 한 영업사원님이 생각난다. 몇 번 거절해도 안될 경우엔, 드물게 나의 직업을 밝힐때가 있다. '저도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제게 영업하셔도 소용 없어요.'라는 무언의 메시지인데 오히려 그것을 듣고 반색하시는 분이 계셨다. "어머, 선생님이니 더 잘 아시겠네요! 요즘 교과서 정말 어려워졌잖아요. 그쵸?"


 교육과정은 종종 개정된다.(사실 나도 잦은 개정이 불만이긴 하다) 그 이유는 시대가 변하고 사회 역시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학교 현장의 요구도 반영이 되겠지. 어떻게 개정되든 교육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는 것이다. 아동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융합교육과정, 스토리텔링 수학 교육과정 모두 나에겐 아주 익숙한 낱말들이다. 임용시험을 보느라 달달 외우기도 했고 파릇파릇한 저연차 교사일때 도입을 지켜본 것도 있다. STEM이든 스토리텔링이든 따로 사교육을 해서까지 준비해야 할 만큼 어렵고 낯선 개정은 없었다. 다시 강조하자면, 어떤 학습지를, 프로그램을, 사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따라가기 힘든 교육과정은 없다고 단언할수 있겠다. 그러므로 서점 사장님이 내게 들려주신, '수학동화를 안읽혀서 초등 수학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아이는 아마 다른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1학년 교과서를 이해할만한 문해력이 부족했거나 수 개념이 부족했거나, 낯선 학교 생활에 적응이 힘들어 수학 시간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거나. 그게 꼭 수학동화를 안 읽혀서는 아니라는 것을, 늦었지만 그때 하지 못한 대답을 이 글로 대신해 보았다.


 내 아이 관련된 일에서는 마음 약해질때가 많다. 하지만 정말 든든한 부모가 되려면 지갑을 단단히 지키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필요해서 사는 것'은 언제나 OK, 하지만 '불안해서 사는 것'에 지갑을 지킬 수 있도록, 이 글이 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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