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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노르망 Apr 03. 2024

열 번째.  상대방의 포기에
은근히 안도하는 나


열 번째.  상대방의 포기에 은근히 안도하는 나



카톡을 하지 않는다는 대답에 반응하는 상대방의 태도에서 때로는 민망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마음속으로는 내심 안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제는 불필요한 연락을 자주 받지 않아도 되겠지.’ 

‘거기에 응대하느라 시간을 버리지 않겠지.’


내 편에서는 안도감이지만, 어쩌면 상대방에게는 소통의 포기로 들릴 것이고, 이렇게까지 말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혹시 차단당한다는 느낌까지도 들 수 있으려나?


그러나 나는 특정인을 향한 특정한 차단을 원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동일한 태도를 고수해 왔을 뿐. 


상대방의 체념에 자신 있게 안심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래서일 것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들, 지인들에게서도 이런 반응은 비슷하다. 


처음에는 “왜?” 그다음에는 “아!...” 


타인들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은 묻지 않는다. 

나라는 인간에 대해 좀 더 알고 있기 때문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타인들의 반응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꾸준히 연락을 준다는 것. 

물론! 전화나 문자 메시지, 이 메일을 통해서다.


아주 아주 간혹 가다가는 뜻밖의 응원을 받기도 한다.


오랜만에 연락을 재개하게 된 한 친구는 통화 중 내가 카톡이나 SNS를 하지 않는다는 말에 


“요 현명한 것!” 

이라고 답했다.


업무 상 잠시 뵈었던 어떤 분은


 “와... 대단하시다! 저도 어쩔 때는 안 하고 싶어요 정말!” 

하면서 동조해 주신다. 


예의 상 해 준 말들이라도, 내 삶의 일부를 이해받고 있다는 기분은 큰 힘이 된다. 


이처럼 상대방의 체념이나 응원에 안도하는 심리는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지켜내었다는 데에 대한 안도일 것이다. 이것이 내가 카톡을 하지 않는 열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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