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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Mar 25. 2024

아이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것

초등교사의 자녀교육

숨 가쁘게 3월이 지나가고 있다. 1학년 입학한 둘째는 지난주까지 입학적응기간을 마치고 이번주부터는 5교시도 있는 수업을 하고, 방과후학교도 시작을 했다. 아직 교내 교실 위치를 잘 모르는 아이가 미덥지 않아서 몇 번이고 방과 후 교실 위치와 수업 시간을 알려주어도 건성으로 듣는 중 마는 둥 아이가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도 새로 시작한 여러 개의 방과 후 수업이 나름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서도 숙제라면서 책을 들춰본다.


첫째는 운 좋게 2학년 때 교실이 3학년 교실로 그대로 되면서 방과후 수업 동선도 빠르게 파악했다. 같은 반에 친한 친구가 없다며 투덜거렸는데 그래도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서 학교 다니는 것이 재밌다며 일찍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문제는 나다. 전입한 이후로 예전 학교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3월은 경력 10년이 훌쩍 넘은 교사에게도 부담스럽고 낯설다. 아이들 얼굴도 차츰 눈에 익고 수업 내용도 작년 4학년을 했어서 그런지 내용이 잡히는 것이 있지만 3월 새벽에 일어나서 꼭 해야 하는 나만의 숙제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다. 5학년 학년 연구를 한다고 자청한 이후로 5학년 교육과정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아무도 요구하지 않는데 혼자 부담을 떠 앉고 새벽마다 강제 미라클 모닝 중이다.

일어나는 때는 보통 4시 전후. 핸드폰 잡고 미적거리다간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날리는 셈이다.

그래서 오늘도 일어나서 스쿨마스터와 작년 교육과정을 결합하여 익숙한 듯, 새로운 미묘한 문서 하나를 조금씩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주제에 들어가 보자.  

"초등교사의 자녀교육"
시중에 이런 키워드의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 책들이 넘쳐난다. 우리나라에 교사가 20-3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니 그들의 자녀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성공 사례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 어떤 욕심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다만 지금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습관이다.


습관 = 꾸준함
내가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유일한 것


첫째가 1학년이 되던 때부터 우리 집의 7시 30분은 공부 시간이다. 나는 수업 준비를 하고 첫째는 그날 해야 할 과제를 시작한다. 학교 갔다 와서 바로 해도 되지만 학교 수업, 방과 후, 돌봄까지 다녀온 후 집에 4시 반이 넘어서 들어오는 아이에게 바로 숙제를 요구하는 것은 나도 못할 일이라 저녁 먹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아이는 저녁 공부를 빨리 마치고 아빠랑 놀기 위해 학교 다녀온 후 방과 후 영어 숙제나 수학 문제집 1-2장을 풀기도 하지만 보통은 만화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쉰다. 거실 소파에서 뒹굴거리면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여유자 적힌 아이를 볼 때면 고양이나 강아지들이 뒹굴 거리는 것 같아 귀엽다.


아무튼 7시 반이 되면 다들 식탁으로 모인다.

아이들이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은 별다른 것은 없다.

습관 달력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가지 항목을 정한 후 그날 하고 싶은 공부를 서너 개 스스로 선택해서 짧게 공부하는 것이다.

3학년 습관 달력


수학은 학교 진도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적당한 선에서 풀기 괜찮은 문제집을 두권 정해서 하루에 1-2장을 푸는 정도다. 국어는 어휘력 문제집을 1-2장 풀거나 한 가지 주제 글쓰기 하는 것인데 이것 역시 매일은 아니고 주 1회 정도다. 대신 일기는 이틀에 한 번꼴로 꼭 쓰고 책은 만화책을 주로 읽지만 글밥책도 읽는다.

한자는 내가 적어준 한자어 1-2개를 10번씩 쓰는 것이고 운동은 방과 후에서 하는 줄넘기 또는 트램펄린을 할 때 체크한다.


항목이 많은 것 같아도 매일 모두 다 하는 것은 아니고 꼭 해야 하는 것은 수학, 일기 정도다. 나머지는 하고 싶은 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가 공부했다면서 습관달력에 체크할 때면 이게 진짜 공부를 해서 체크한 것인지 그냥 체크를 위한 공부인지 엄격하게 따지진 않는다. 이런 습관 달력은 첫째가 1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일종의 칭찬스티커라고 볼 수도 있다. 보상은 한 달에 한 번 그동안 했던 공부량에 비례하여 책을 사주었다. 올해 첫째가 3학년이 되니 책 대신 용돈으로 주는 것도 시도해보고 있다.


지금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습관의 꾸준함을 믿는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매일 공부를 하고
그것이 습관이 될 수 있으면  
최고의 성과일 것이다.


아침에 등교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둘이 참 다르다. 계획적이고 정해진 규칙을 잘 따르는 첫째와 자유롭고 특이한 것을 좇는 둘째. 습관달력을 하는 모습도 다르다. 좀 쉬라고 말해도 학교 다녀온 후 간단한 공부를 미리 끝내고 자신의 시간을 최대한 만드는 첫째와 자기 놀 것 다 놀고 나중에 한꺼번에 하는 둘째. 엄마 마음이야 첫째처럼 둘째도 알아서 척척이면 좋겠지만 학교, 돌봄, 방과 후 다 다니고 오후 늦게 엄마랑 같이 퇴근 같은 하교를 하는 아이가 안쓰럽다.


저녁 일곱 시 반. 밥 먹고 배불러서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싶어도 조금만 더 참고 아이들과 모여 앉는 시간.

비상한 지능과 눈에 띄는 재능은 못 물려주었지만 그 시간 동안 아이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것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다. 좁은 식탁에 아이들 책, 내 책, 요즘 합류한 남편 책까지 더하면 4인용 식탁이 비좁다. 가까이서 서로 무엇을 하는지 조금씩 살펴보며, 참견하고 싶은 마음 조금만 누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곁에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다.


공부라는 것이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너희들 곁에서 지금도 여전히 공부하고 있는

엄마 아빠처럼 평생 가까이하면 좋을

좋은 친구란 것을.. 아이들도 언젠가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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