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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Jun 01. 2024

토요일에 웬 출근

7월의 나를 위한 선물

토요일 오후, 더없이 한가로울 이 시간에 학교에 왔다. 디지털 새싹 캠프(본교 선생님이 하시는 정보화 수업)에 참가하는 딸을 데려다 줄 겸 교실에서 정리할 일이 있어 주말에 학교에 왔다. 어제 퇴근 전 교실 청소도 다 하고 나와서 깔끔한 교실에 들어선 마음도 산뜻했다. 격주로 토요일마다 수업을 했던 초임 시절엔 토요일 출근도 당연한 것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토요일에 학교에 왔다.

딱히 큰 일은 없지만 나이스에 소소하게 정리할 것들이 있었다.

1. 상담 기록(상담현황 간단히 기록)

2.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 중 누가기록(문제행동이나 칭찬할만한 일들을 누가기록함)

3. 수행평가 기록(수행평가 후 채점 및 나이스 기록)

4. 출결 마감(매월 말 출결 서류 정리 및 마감)


주중엔 차분하게 앉아 이런 것들을 정리할 만한 시간이 없다. 2시 40분 6교시 수업 마치면 교실 정리하고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엔 3시부터 전교직원 다모임(전체 회의)이 있거나 학년 전학공(전문적 학습공동체), 동아리 활동이 있다. 주기적으로 전교직원 대상 연수도 있고, 상담 전화에 학년 행사 있을 땐 오후시간이 수업할 때보다 더 빨리 흐른다.


위의 할 일들을 주중 오후에 천천히 하면 금방 할 일들인데 이번주엔 수업 후 방과 후 공개수업 참관이 빼곡히 잡혀 있어 할 시간이 없었다. 딸이 토요일에 학교에서 하는 디지털 수업에 간다기에 나도 천천히 할 일들을 시작했다.


상담 기록은 별 것 없다. 학기 초에 나눠주는 교무수첩에 틈틈이 적거나, 학급일지에 대충 휘갈겨 쓴 것들을 날짜별, 상담 유형별로 간단히 기록만 하는 것이다. 상담 내용은 개인정보를 넣거나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도록 되어 있어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선생님들은 안 하시는 분도 많지만 나는 꾸준히 적는다. 학교에서 하는 상담은 매시간 일어나는 일들인데 그것을 따로 나이스에 기록하는 것이 더 번거롭지만 꼭 필요할 때가 있다. 다면평가 정량평가 자료로 활용되거나 학교폭력 기여 교사 가산점 점수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적는 것보다는 내가 한 상담들을 횟수라도 적어놓는 것이 안전! 하기 때문이다.

행동 특성 누가기록은 한마디로 행발이라고도 하는데 한학기마다 받는 생활통지표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종합 의견이다. 이것을 적기 위해 나는 매일 크고 작은 사고들이나 문제 행동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교무수첩에 간단히 적기엔, 또는 그 상황을 구구절절 적기엔 손도 아프고 해서 몇 년 전부터 누가기록을 하곤 했다. 학급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수업 태도가 좋은 학생들은 누가 기록에도 잘 한 부분을 적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누가기록은 구체적인 상황이 들어가 있어 참 길다. 나의 경우 누가기록이 많은 학생은 문제 행동이 많았던 학생이 대부분이다. 지난달 교무수첩에 적힌 상담을 토대로 기억나는 대로 소상히 적는다.

수행평가 기록도 꾸준히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5학년 교과목 10개 중 전담인 체육, 과학 제외하고 8과목의 수행평가가 주지과목 3-4개, 나머지 2-3개 정도이므로 수행평가만 30개가 훌쩍 넘는다. 매 단원 끝나고 수행평가를 안내한 후 실시하고, 채점 후 피드백까지 간단히 적어야 한다. 그 후 나이스 성적입력 탭에 한 명 한 명 입력까지 해야 하는데 이것을 30개 가까이해야 하니 한 번에 모아 두었다 하면 정말 일이 된다. 나는 가급적 수행평가 하고 난 후 바로 채점하고 채점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 준 후 피드백까지 바로 한다. 학기말이 되면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수행평가를 모아 가정에 보내서 확인까지 해야 한다.


위의 내용들이 모두 들어가는 것이 생활통지표다.(상담 현황 제외). 1학기 마무리까지 아직 2달이 남았지만 7월 말 방학에 생활통지표 작업까지 하려면 정신없을 것이 분명하므로 토요일 오후 여유를 반납하고 일한 것은 7월의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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