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 May 30. 2022

살 떨리는 건강검진

짝수 연도 출생자로 올해 건강검진 대상이다.

남편 회사에서 하는 배우자 건강검진을 3월에 예약해서 지난 토요일에 다녀왔다.

이날의 건강검진을 위해서 내가 노오력한 것(!!)들은 일단 거의 두 달 동안 야식을 먹지 않았다는 것과

매일은 아니지만 주 3-4회 이상의 요가와 동네 야밤 산책을 했다는 것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편은 확실히 아니다.

필연적으로(꾸준한 야식 섭취로 인해) 뱃살이 넘실댔는데 짧은 요가와 걷기 운동만으로도 조금은 줄어든 것 같았다.  손에 잡히는 허릿살이 줄어든 것 같은 착각과 자기도취에 극한으로 빠졌을 때 잰 몸무게가 49킬로그램이다. 평소보다 1-2 킬로그램 정도 줄었을 뿐이지만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었다.


병원에 8시에 도착했을 때는 많은 분들이 벌써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내 이름을 부르기를 기다렸다. 어제 6시 이후로 물을 포함하여 금식 상태였다. 위내시경은 무서워서 거부, 대장내시경은 1년 전에 따로 받아서 신청하지 않았다.

내가 받을 검사는 15개 정도였다.

그동안은 나이가 만으로 35세 미만이어서 배우자 건강검진 대상에서 제외였는데 나이를 먹으니 이런 혜택을 받게 되어 감사하지만 씁쓸했다.

검사자는 많았지만 안내를 도와주는 간호사분들도 참 많아서 검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채혈을 시작으로 소변 검사와 부인과 검사가 차례로 이어졌다. 유방 촬영 후 흉부 방사선 검사, 시력 검사 및 안압, 안저 검사도 했다. 눈은 라섹을 해서 그런지 양쪽 시력이 1.5 였는데 밤마다 어두운 데서 유튜브를 봤지만 아직은 멀쩡한 거 같아 줄어야겠다.

폐기능 검사도 했는데 사실 이 검사가 제일 곤혹스러웠다. 내가 숨을 제대로 못 쉬는 것인지 빠르게 숨을 마셨다가 6초 이상 빠르게 뱉으라고 하는데 6초까지 뱉을 숨이 없어서 도중에 숨을 멈추거나 들이마시게 되어 검사를 몇 번을 다시 했다.  


-이건 노력을 해야 해요. 숨은 내뱉다가 계속 멈추고 들이마시고 있어요. 노력하세요!!

-(눈으로 반항) 예. 다시 해볼게요.

나의 폐야. 왜 노력을 안 하니. 평생을 숨 쉬고 있는데  6초 이상 내뱉을 참을성이 없니?


검사를 4-5번 진행하다가 안되어서 다음 검사인 초음파로 넘어갔다. 선택 검사로 했던 갑상선 초음파를 처음 받아 보았다. 목 울대 있는 부분에 젤을 바르고 갑상선을 관찰하는데 예전에 산부인과에서 했던 초음파 검사가 생각났다. 나로서는 판독할 수 없는 까만 화면이라 굳이 보지 않고 천장만 응시했다.

복부초음파를 이어서 받고 조금 쉬다가 구강 검진을 받았다. 올해 방학에 사랑니를 뺀 곳은 거의 아물었고 충치나 치석도 없어 만족했다.


대망의 신체계측

인바디로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는데 세상에 키가 1.3cm가 자랐다.

최소 이십 년 전에 닫힌 줄 알았던 나의 성장판이 어떠한 계기로 열린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자세로 비틀린 나의 척추가 바로 선 것인지 모르겠으나 정확히 1.3cm가 자란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나는 이제 160이라고 살짝 과장하여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성장판 때문일 리는 없고 요가를 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기울었다. 3월부터 매일 20분 정도 유튜브를 보며 혼자서 하고 있었는데 이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요가 소년의 기초 요가와 모닝 요가는 편하게 따라 할 수 있어서 아이들도 가끔 같이 하고 있다.


혈압 측정과 심전도 및 동맥경화 검사, 청력 검사를 연달아했고 마지막으로 아까 미뤄두었던 폐기능 검사를 다시 했다. 여전히 나는 노력을 못해서 여러 번 반복하여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검사 항목에서 제외하였다.  


모든 검사는 팔찌를 검사 직전 태그하고 기다리는 형식이었다. 간호사 분들은 나의 이름을 잊지 않고 계속 호명하고 내가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내비게이션처럼 정확히 인지하여 나를 인도하였다. 나를 포함한 거기 있던 모든 검사자들은 눈보다는 귀를 열고 자신의 이름을 언제 부르는지 집중을 해야 했다.


검사를 모두 마치고 드디어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정확히 16시간 만에 마시는 물은 온몸으로 빠르게 흡수되었다.

진찰 결과를 들으러 기다리는 동안 커피도 한잔 마셨다. 긴장되지만 커피 한 모금이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마지막으로 피검사 수치를 포함한 간단한 검사 결과를 듣게 되었다.

사실 가장 걱정하던 것은 콜레스테롤 수치였다.

나는 성인이 되어 직장인 건강검진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정상 콜레스테롤 수치를 본 적이 없었다.

몇 년 전부터는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확히 안 나왔지만 작년에 한 대장내시경 검사 전 실시한 피검사에서도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보다 훨씬 높게 나와서 고지혈증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물론 처방 후 제대로 먹지는 않았다.  동생도 건강검진을 받으면 항상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하고 나도 그래서 뭔가 유전일까 싶었지만 따로 진료를 받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이번 검사에서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올까 봐 미리 두 달 전부터 야식을 먹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 빵, 국수, 라면, 과자, 튀김류 등 탄수화물로 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잘 먹지 않았지만 어른이 된 이후에는 크림, 치즈, 설탕 등 달콤한 것들을 더 추가하여 먹었다.

더욱이 출산 이후에는 아이들이 자는 늦은 밤에 이런 음식들을 혼자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혹시 이런 식습관 때문에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일까 싶어서 자제했던 것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정상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너무 반가웠다.

나머지 검사 결과도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상 소견을 보이는 것이 없다고 하여 가뿐하게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살 떨리는 건강검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생각했다. 


나는 오래 살고 싶다.

내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꿈을 이루고 자기 짝을 만나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게 될 때 그 옆에 내가 꼭 있어 주고 싶다.


건강검진은 평소 생활한 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 하루 이틀 조절한다고 바뀔 리 없어 두 달 전부터 조절하였는데  아직은 결과가 정확히 나오지 않아 단정하지 못해도 큰 병은 없는 것 같다.


알게 된 진리

1. 야식은 먹지 말자.

2.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한다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친정집에 오면 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