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 Jul 26. 2022

여름방학 바다 탐험 (1)

 명사 해수욕장

아이들의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은 처음으로 온전히 집에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 댁과 외갓집에 가고,  동네 물놀이터에 가는 것으로도 바쁘긴 하지만 뭔가 도전하고 싶은 신나는 계획이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에 몇 주전에 브런치에서 본 아이들과 동네 산 탐험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 아이들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신 산이 아니라 바다!


여기는 거제도다.

어딜 가나 바다가 금방 닿을 듯 가까운 곳이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를 데리고 갈 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도 차에 모래놀이 장난감만 챙겨서 조금만 달리면 바다에 갈 수 있다는 것은 바다가 다 내 것 같은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거제도 이 푸른 바다

안 가 본 곳이 더 많은 이곳을 우리 아이들과 같이 가보는 것!

여름방학 거제도 바다 탐험이라니!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두근거리는 계획이다.

(사실 탐험이라기보다 해수욕장 탐방 정도로 해두자.)


거제도에는 16개의 해수욕장이 있다고 한다. 그중 우리들이 갔던 곳은 집에서 가까운 지세포의 와현 해수욕장이나 칠천도의 물안해수욕장, 옥계해수욕장은 최근에 다녀왔다. 봄에는 사곡 해수욕장에 가서 게와 고동을 잔뜩 잡았다. 항상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만 갔었는데 처음 가는 곳은 익숙한 바다보다는 탐험에 걸맞은 새로운 곳이 좋을 듯했다. 집에서 조금 먼 곳이지만 한 번도 가본 적 없어 궁금했던 아름답다고 유명한 명사해수욕장을 처음 탐험지로 결정했다. 아이들의 의견은 묻지 않고 순전히 엄마의 결정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바다라면 어디든 좋으니까 아침부터 신이 났다.


명사 해수욕장은 거제면을 지나 동부면을 거쳐 남부면에 위치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주동과는 거의 반대편이라 산을 넘고 터널 몇 개를 넘어야 갈 수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연꽃이 가득 피어있는 공원도 보이고 아직 지지 않은 수국이 여전히 푸르다. 일차선 길이라 뒤따라 오는 다른 차들이 부담스럽지만 아이들을 태웠기에 천천히 길을 따라 달렸다.

창문 너머 햇살이 뜨거워 보여도 초록의 숲으로 쏟아지면 저절로 시원해지는 듯 했다.


약 40분을 운전해서 도착한 명사해수욕장은 명사초등학교 앞에 위치했고 너른 모래사장을 낀 얕고 투명한 바다였다.  수려한 산세가 바다를 가득 담고 있어 오목하게 담긴 바다는 고요했다.

그동안 갔었던 바다는 사실 날씨에 따라 수질이 너무 극명한 차이를 보였었다.

어느 날은 파도가 거칠어 해안가로 밀려온 여러 쓰레기나 해초들 때문에 선뜻 물놀이하기 망설여졌고 또 어떤 날은 녹조가 가득한 바다라서 들어가기 힘들 때도 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니 역시나 해안가 가득 밀려온 해초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일단 가까이 가보니 해안에 밀려온 미역과 같은 해초들은 가볍고 깨끗해 보여서 한 번 뛰면 밟지 않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벌써 구명조끼에 튜브를 끼고 바다에 달려들 기세였지만 조금은 침착한 딸에게 준비운동을 시키고 얼른 짐을 날랐다. 햇살이 너무 뜨거웠다. 마른 모래가 발가락에 서걱서걱 밟을 때 찜질을 하는 것처럼 뜨끈해서 기분이 좋아졌지만 더 밟다가는 화상을 입을 것 같아서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며칠 전에 산 파라솔을 폈다.


물놀이를 하는 몇몇 아이들을 빼고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그 넓은 바다가 다 우리 것이었다.

새하얀 파라솔을 우뚝 세우고 바다에 들어갔다.

그런데 평소의 바다가 아니었다. 파도도 없고 녹조도 없고 겨우 종아리에 찰랑거릴 정도의 낮은 수위의 바다였다. 아이들은 기껏 바람을 넣은 튜브 위에서 물장구도 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바다라 조금 시시했는지 튜브를 끌어달라고 성화다. 두 아이의 튜브를 양손에 잡고 바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얕은 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종아리로 느껴지는 수풀의 느낌이 과히 좋았다. 고작 몇 걸음에 수온이 달라지는 것도 신기했다.

반짝이는 물고기들이 빠르게 헤엄치는 모습을 발치에서 볼 수 있고 이따금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도약에 깜짝 놀라 하며 아이들의 튜브를 끌었다.

해수욕장이라기엔 너무 얕아 조금 서운했을 뻔했는데 6살, 8살 우리 아이들의 물놀이에는 딱 맞춤인 곳이었다. 멀긴 했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었다.



한참을 놀다가 모래사장으로 돌아오는데 사람들이 앉아서 뭔가를 잡고 있다.

조금만 집중하면 움직이는 소라게, 고동, 조그만 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작은 삽까지 동원하면 얕은 진흙 속에서 바지락도 건질 수 있었다. 자기보다 훨씬 작은 게를 손으로 잡기 아직 무서워하는 아이들이었지만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게를 잡는 것은 무서움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었는지 금세 바구니 밑을 새까맣게 채워서 돌아온다.


게가 돌 밑으로 숨듯이 우리도 파라솔 밑으로 숨었다.

한 시간 정도 놀았는데 아이들의 얼굴은 이미 벌갰다. 삼일 내내 동네 물놀이터에 살다시피 한 둘째는 얼굴이 이미 커피색이었는데 이제 초콜릿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집에서 싸온 과일과 옥수수를 먹으면서 아이들과 바다를 보았다.

바다도 좋았지만 바다를 둘러싼 산이 아이들도 좋았는지 말없이 간식만 먹는다.

물이 맑고 모래가 고와서 명사라고 이름 붙였다는 명사해수욕장.

모래알이 바람에 날려 반짝이고 물결마다 부서지는 햇빛이 아름다운 이 여름에 나와 아이들 셋이서 처음 찾은 이 바다가 고요해서 좋고 깨끗하고 시원해서 더 좋았다.

간식을 먹고 쉬다가 다시 물속으로 첨벙첨벙 들어갔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들의 종아리 정도의 수위에 조금 더 깊은 곳이라 봤자 어른 허벅지에도 오지 않는 곳이라 위험하지 않게 놀 수 있었고 계속해서 변하는 수온이 재미있던 곳.

아직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아 온전히 우리들끼리 그 바다를 다 가질 수 있어 오늘의 탐험은 성공이다!


다음 탐험은 어디로 갈까나(엄마 혼자 데리고 가는 바다 물놀이는 아무래도 힘든지 저녁에 금방 잠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착하게 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