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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Nov 28. 2022

만두는 두 손으로 먹어야지

일요일 오후, 아이들은 아빠와 같이 놀고 왔고 나는 수영도 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었다.

각자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낸 후 소소하게 같이 뭔가 하고 싶었다. 얼마 전부터 손만두가 먹고 싶길래 아이들과 같이 만들어 보았다. 냉장고에 있는 이런저런 재료들을 꺼내보니 시든 부추 조금, 먹고 남은 두부 반모, 팽이버섯 한 봉지, 마트에서 주문해 놓고 아직 먹지 않은 불고기 한 팩이 있다. 만두피는 오는 길에 두 봉지 사 왔다. 당면을 물에 적당히 불리고 살짝 데치는 것까지 한 뒤 마구마구 다졌다.

싱크대 여기저기 당면이 날아갔다.

다시 당면은 가위로 자르고, 두부, 부추, 고기, 버섯 할 것 없이 모두 다진다.

그리고 설탕 한 스푼, 간장 두 스푼, 후추 조금, 참기름 한 스푼 넣고 또 휘저었다.

만두소 완성!


아이들을 불렀다. 레고 한 상자를 다 꺼내서 이것저것 만들던 아이들은 엄마가 부르니 쪼르르 달려온다.

만두 만들자는 엄마의 말에 딸은 손을 금방 씻고 오는데 아들은 만들던 레고를 놓지 못한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조금만 기다렸다. 오지 않길래 딸과 둘만 시작하려고 하니 뭐라고 쭝얼쭝얼 거리지만 궁금해서인지 금방 식탁에 앉는다.


-방법은 엄청 간단해. 만두피 위에 소를 적당히 올리고 가장자리에 물 묻힌 다음 꾹꾹 누르기만 하면 돼

-엥? 진짜 그렇게 간단해?

-응. 한번 해봐. 중요한 것은 소를 너무 많이 올리지 않기! 그리고 안떨어지게 꾹꾹 누르기!

아이들은 진지했다. 처음엔 만두피 위에 소를 너무 조금 올려서 납작 만두를 만들었다가 점점 모양이 갖춰졌다. 만두피를 누를 때 둘째는 소를 다 쏟기도 하고 삐죽삐죽 당면이 올라와서 잘 붙지 않는다고 투덜댔으나 곧잘 만들었다.


-엄마! 레고 만들기보다 더 재밌어!

-그렇지?  둘 다 너무 잘하네. 진짜 예쁘게 잘 만든다.


만두를 잘 빚으면 예쁜 딸, 아들을 낳는다는 말도 해가면서 아이들을 부추기니 어느덧 만두피 2팩을 모두 다 썼다. 아이들이 빚은 만두를 윗부분만 다시 누르는 것 정도만 내가 했다. 아이들을 다시 레고 곁으로 보내고 나는 만두를 쪘다. 세차하러 간 남편이 돌아왔고 10~12분 정도 찐만두를 같이 나눠 먹었다.

찜솥이 따로 없어서 큰 냄비에 넣고 한 번에 10개 정도밖에 찔 수 없었다.

먹다가 좀 쉬고, 또 다 찌면 아이들을 불러 다시 먹이고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쳤다.


아이들이 젓가락으로 커다란 만두를 집으려니 잘 안되던지 만두가 찢어지고 속이 우수수 쏟아졌다.

-만두는 두 손으로 먹어야 맛있어.


어릴 적 만두 좀 먹어본 엄마는 몸소 보여준다. 두 손으로 뜨끈한 만두를 잡고 입안으로 밀어 넣으면 쫀쫀한 만두피가 먼저 씹히고 속 안의 갖은 재료가 말랑 고소하고 짭짤하여 금방 한 개를 다 먹고 다음 만두를 집게 된다. 우리 딸과 아들도 그 맛을 알게 되었다.

 

-엄마! 마트에서 산 만두보다 훨씬 훨씬 맛있어.


두 볼 가득 만두를 밀어 넣고 우물우물거리면서 딸이 말한다.

냉동만두와 비교가 안 되는 맛.

재료는 훨씬 적지만 직접 만든 후 갓 쪄서 바로 먹는 맛.

직접 해 먹는 만두는 젓가락으로 집으면 그 맛이 덜하다.

꼭 두 손으로 집어서 먹어야 한다.

몇 개 먹으면 금세 질리는 맛이 아니라 계속 계속 먹고 싶은 맛.


나는 겨울이면 만두를 먹곤 했다.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냐  묻는다면 나는 두말없이 만두였다.

엄마는 눈이 오는 겨울,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가 놀 수도 없을 때는 만두를 만들어 먹자고 말씀하셨다. 집에 있는 재료는 뻔했다. 김치, 두부, 당면 정도. 가끔 고기가 들어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 집에 있는 소박한 재료로 속을 만들었다. 만두피도 엄마가 직접 반죽해서 툭툭 썰어주면 나와 동생은 대강 아무렇게나 밀었다. 그 위에 고슬고슬 밀가루를 뿌리고 잘 섞은 재료를 넣어 만두를 빚었다.

커다란 찜솥에 누런 삼베포를 깔고 그 위에 만두를 올리면 어느새 뽀얀 김이 모락모락 나며 만두가 익었다.

밀가루 익는 냄새는 구수했고 뚜껑을 열면 부풀었던 만두는 찬 공기에 금방 투명해졌다. 그렇게 몇 판을 쪄 먹으면 배가 든든했고 나른 나른 잠이 왔다.


마트에 가면 정말 화려한 만두가 많다. 골라먹는 재미에 그다지 비싸지도 않고 두어 봉지 사면 에어프라이어기에 넣어 금방 구워 먹고 어느 날은 쪄먹고 국에 넣어 먹는 등 요리하기도 편하다.

한 끼 때우기에 좋아 자주 해 먹는데 가끔은 엄마랑 만들었던 만두 맛이 떠올랐다.

두 손으로 먹는 만두 맛.

울퉁불퉁 예쁘지도 않고 여기 저리 터져서 볼품없어도 금방 쪄서 먹었던 그 맛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엄마의 맛을 알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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