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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Mar 06. 2023

다시 그 아이들

새학기 담임의 마음가짐

휘몰아치는 2주가 지났다.

지난 2주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학년이 바뀌고 교실이 바뀌고 동학년 선생님들이 바뀌었다. 업무가 바뀌고 교장선생님이 바뀌고 많은 선생님들이 오고 갔다. 우리 딸과 아들은 학년이 올라가고 유치원 반이 달라졌다. 반깁스를 두 달간 했던 왼발은 이제 조심만 하면 된다기에 깁스도 풀었다.

새 학급 일지를 만들었고 교실 환경을 바꾸었다.

2월 말. 학교는 이렇듯 많은 것이 바뀐다.

뒤섞인 레고 조각들 속에서 맞는 조각을 하나 둘 찾아서 맞추다 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모양이 만들어지듯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3월을 맞이한다.


새 학년  교육과정 연수 기간 중 학년과 업무가 정해졌다. 원하던 학년과 원하는 업무를 배정받았다.

이런 일은 극히 드문데 그것이 가능했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처음 모여하는 일은 통성명이 아니다.  반편성 된 하얀 봉투를 하나씩 집어 드는 일이다. 서로 양보를 하다가 내가 먼저 집어 들었다.

가지런하게 남녀 한 줄씩 배열된 표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보였다.

다시 그 아이들이다.

 



내가 이 학교로 온지 4년 차.

1학년과 2학년을 연달아 했고 그다음 5학년을 하다가 4학년을 맡았으니 올해 담임을 맡은 아이들과는 매우 구면이다.익숙하고 반가운 이름들이 가득한 반편성표에서 조금은 긴장도 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된 바로 그 해였다.


1학년 담임을 맡아서 새로운 학교에서 아이들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3월의 입학은 4월로 연기가 되었고 그마저도 온라인 개학이라는 희한한 형태로 아이들을 만났다. 입학식 없이 입학을 한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것은  온라인 개학에 앞서 교과서를 배부할 때였다. 학교 공터에 반별로 아이들 교과서를 늘어놓고 부모님과 같이 온 아이들을 처음 만났었다. 1학년이었기에 줌이나 밴드 라이브 같은 실시간 수업을 할 수 없었고 과제 형식으로 수업 내용을 부모님께 문자로, 학급 홈페이지로 전달을 하며 4월과 5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등교 수업을 시작한 것은 5월 말이었다.


여름이 시작되는 5월 말의 어느 날.  

땡볕의 운동장에서 학반이 표기된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내 앞으로는 무거운 가방과 준비물 가방을 어깨에 메고 얼굴보다 큰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벌게진 볼을 하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뒤에는 아이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부모님들이 계셨다.

많은 아이들이 데굴 데굴 줄지어 선생님을 따라 줄지어 교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들은 진짜로 만났다.

교실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소중하고 어려운 일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 해였다.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그때.

우리들은 이틀에 한 번씩 수업을 했고(홀수 짝수 번호대로 나누어 번갈아서 등교했다)

지역 내 코로나 환자가 많아질 때는 그마저도 교외체험학습을 쓰는 아이들이 많았다.

기억하기로 겨울 방학 직전 등교했던 아이들은 제일 적었을 때 1명이었다.

많아봐야 하루 10명 안팎의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공부가 뭔지, 학교가 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못하고 아이들을 2학년을 올려 보내야 했을 때 정말 아쉬웠다.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어영부영 끝내고서 진짜 끝이라고 말하기 힘들어 그 아이들과 같이 2학년으로 올라갔다.  

바로 그 아이들을 2학년 때도 담임을 했었고 한 해 쉬다가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아이들 이름을 유심히 봤다.

27명 중 1, 2학년 때 담임을 했었던 아이는 총 7명.(그중 한 명은 3월 1일 자로 전학)

누나, 언니의 담임이었던 아이는 2명.

담임은 아니었지만 유명하여(??) 이름을 익히 알았던 아이는 5명.

무려 세 번째 담임을 맡은 아이는 2명!!

반가운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아이들은 새로운 선생님과 공부하고 싶을 텐데 내가 담임이 되어 실망하진 않을까?

특히 세 번째 담임을 맡은 두 명의 아이들은 선하고 성실한 아이들이라 대놓고 티 내진 않을 테지만 실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많았다.  

그래도 작년에 오고 가며 만났을 때 웃으며 손 흔들고 인사했던 아이들이라 조금은 안심했다.




긴장 반, 설렘 반

아이들도 그럴 테지만 선생님들도 언제나 처음은 떨린다. 3월 2일. 우리 반 교실에 들어가니 몇몇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안녕?"

가방을 내려놓고 떨리는 마음을 애써 숨겼다.

칠판 앞에 서서 교실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며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먼저 이름을 불러 인사했다.

속속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긴장됐던 마음은 조금씩 더 부풀어 올랐다.

교실이 꽉 채워지고 아이들의 눈을 보며 인사를 했다.

"반갑다. 나는 앞으로 너희들과 같이 공부할 *** 선생님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떨리고 두근거리는 사람은 선생님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 모를 것이다.

너희를 다시 만나 정말 반갑고 고맙다는 것을.

올해 일년동안 제대로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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