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by 목동의 밤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우리 가족에게 위로가 될만한 대목을 찾아 헤맸다.

아주 작은 위로라도 괜찮았다. 작은 희망, 작은 구원의 요소라도 찾아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간절히 이 모든 일들을 겪기 전 평화롭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다행히 가해자 아이들의 법원 송치 결과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의 모든 과정과 결과를 피해자가 알 수 없다는 건 납득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재판부에서 결과를 뒤집어 ‘혐의없음’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대목이었다.

변호사 설명을 빌리면 소년재판의 목적은 시시비비를 따지는데 있지 않다고 한다.

이 재판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교화에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미 죄가 있다고 판단해 아이들을 법원에 송치했고 법원은 그 판단을 존중한다,

소년재판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가해자들의 반성 정도다,

그래서 판사는 필요하다면 법정에서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혼낼 수 있다’는 것이 변호사의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이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법정에 서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

이것만으로도 아이들과 부모들이 느끼는 바가 많을 거라고 했다.


강준이, 희준이는 촉법소년이라 법원의 판결로 기록이 남는 것도 아니고 예상되는 처벌의 수위도 약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죄가 있고 잘못했다는 걸 사법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당연한 결과인데도 법대로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해준 수사관에게 마음 깊이 고마움을 느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너무나 많은 비상식들을 겪어온 까닭이었다.


p.s 심의회 유감

우리는 5명이었지만 보통 8~9명의 심의위원이 학폭위에 참석한다고 들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수사관 1명보다 못했다.


숫자가 많을수록 경험은 더 끔찍해진다. 말이 안되는 멍청한 질문을 하는 이의 숫자가,

무례를 저지르는 바보들의 숫자만 늘어나는 꼴이다.

수가 많아져서 더 전문적이고 공정해지는게 아니라 잔인한 사람들의 숫자만 많아지는 형국이다.


영상 증거는 안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어서 영상을 초 단위로 캡쳐해 문서로 정리한 파일을 추가로 제출했다. 그렇게라도 증거를 봐달라는 간절한 마음에서였다.


그 외 녹취 속기록 등 우리가 낼 수 있는 증거는 다 정리해서 제출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증거를 한번만 봤어도 하지 않았을 질문을 아이에게 퍼부었다.


기본과 지능의 문제다.

경찰 수사관이 엄청 전문적이고 똑똑해서 그들과 달랐던 게 아니다.

그럴만큼 어려운 사건도 아니었다.

너무 명확하고 쉬운 사건이었다.

증거들은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저런 태도로 피해자에게 저런 질문을 할 때는 의도가 있거나 바보이거나 둘 중 하나인 거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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