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지하철에서 건드리면 온순한 카피바라도 물어요.
카피바라는 성격이 온순한 동물로 알려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리가 위에 타고 올라와도, 머리 위에 귤을 올려도, 비어디 드래곤이 타고 올라와도 꿈쩍을 안 하고 내쫓지 않는다.
심지어 펠리컨이 자신을 먹으려고 입으로 사이즈를 잴 때도 가만히 있는다.
이렇게 보면 카피바라가 공격성을 하나도 띄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카피바라도 공격성이 있다고 한다.
카피바라는 설치류 중 가장 큰 동물이며,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어 물리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한다.
카피바라가 공격성을 띄는 상황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느낄 때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웬만하면 나를 건드려도 그냥 내버려둔다. 아무 때나 물지 않는다.
하지만 월요일 지하철 안에서 내 자리를 빼앗는다던가,
인파에 밀려서가 아닌 자신이 편하기 위해서 나를 강하게 밀치고 간다면
그럼 그땐 물 수도 있다.
피차 지하철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당신도 힘들지만 나도 힘들다.
그렇다고 굳이 다른 사람 자리를 빼앗고, 일부러 밀치고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처음부터 자리가 나지 않아서 계속 서서 가는 것은 기분이 나쁘지 않지만,
눈치 싸움에 성공하여 자리가 나서 기쁜 마음으로 앉으려고
앉아있던 사람이 편하게 일어나서 나갈 수 있도록 잠깐 비켜주고 앉으려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다 밀치면서 그 자리에 끼어들어와서 자리를 뺏어 앉으면
아무리 온순한 카피바라라도 물어요.
앉고 있는데 갑자기 제가 앉으려던 자리에 다른 사람의 다리가 나타나서 그 위에 앉아버릴 뻔했어요.
다른 곳이 동물의 왕국이 아니다.
지하철이야 말로 동물의 왕국이다.
자신의 본성을 쉽게 드러내는 곳.
인파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밀게 된 사람한테 상스러운 말을 내뱉는 사람,
내려야 하는데 사람이 많아 못 비켜주었더니 왜 안 비키냐며 싸우려는 사람.
회사 다니고,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든데
지하철에서까지 기가 빨려서 기분이 안 좋은 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너무 아깝지 않나요.
우리 서로 배려하고 살아요. 다시는 안 볼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막 대하지 말고, 사람대 사람으로 존중을 하는 지하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제 자리를 빼앗은 분,
당신을 소재로 삼아 글을 썼으니 용서해 드릴게요.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앉고 있는 걸 보면 앉지 말아 주세요.
그 사람도 힘드니까 앉으려고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