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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링 Mar 22. 2023

산 넘어 산

초심을 잊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등산하기

처음 할미공부방을 시작할 땐 10명이라도 구입해 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만족할 수 있는 활동지를 만들자!' 그것이 작은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할미공부방 [할미구독] 활동지를 만들고 싶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근무했을 때 매일 진행하는 인지활동 프로그램이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었다. 할미구독 활동지는 매일매일의 인지활동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만들어서 보내주는 활동지다. 사회적 이슈나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위해 매주 프로그램을 발송하는 시스템으로 계획했다. 할미구독 맛보기 활동지를 만든 후 사용한 후 설문조사를 부탁하는 글을 카페에 올렸다. 감사하게도 200명이 넘는 사람이 신청을 해주었고, 사용 후 다양한 의견을 받아볼 수 있었다.


가장 고민이었던 것은 가격을 정하는 일. 그동안 무료로 활동지를 공유해 왔기 때문에 갑자기 돈을 받고 판매를 하게 되면 사람들이 비싸다고 느끼진 않을까 걱정했다.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구매자로 따로 분리한 후 생각했다. 

'내가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다면 한 달에 어느 정도 가격이라면 구입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0원에서 15,000원까지 가격이 정했다. 너무 저렴하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오래가지 못하고 지칠 것이다. 설문조사에는 내가 최대로 설정한 금액 15,000원이라고 가정한 후 사람들의 의견을 물었다. 결과는 반반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결정은 두 가지다. 가격을 유지하거나, 줄이거나. 만약 유지한다면 50%의 구매자는 남겠지만 나머지 50%의 구매자는 떠난다. 15,000원의 가격으로 10명의 사람을 받을지, 10,000원의 가격으로 20명의 사람을 받을지 고민 후 후자를 택했다. 나의 목표는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었다. 더 많은 어르신이 나의 활동지를 사용하는 것, 사회복지사의 업무 부담을 줄어주는 것, 나의 업을 만드는 것이다. 2023년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내 힘으로(사업) 100만 원 벌기이다. 한 달에 10만 원씩 10개월만 해도 나의 목표는 이루어진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단 내가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를 떠올리며 가격을 결정하였다.


이제 됐다! 3월 프로그램 계획, 활동지 양식, 스마트스토어 상품 등록 방법, 가격까지 결정했으니 이제 됐어!

라고 생각했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상품을 올리기 위해서는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 상세페이지... 나도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꼼꼼하게 살펴본 가장 중요한 그것이 남았다.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유튜브도 찾아보고, 샘플도 보고, 활동지를 판매하는 다른 사이트를 찾아봤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디자인으로 했는지, 글씨체, 그림, 사진, 내용 등 결정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나는 디자인도 어울리는 색감도 하나도 모르는 예술적, 미적 감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냥 심플하게 하자. 나의 활동지를 구입하는 주 연령층은 40대~50대이다. 너무 화려한 색깔이 들어가기보다는 내가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내용을 정했다. 

1) 왜 할미구독 활동지를 만들게 되었는지?

-사회복지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르신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2)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활동지인가?

-인지, 미술, 여가정서, 사회적응훈련 등

3) 어떤 방식으로 발송되는가?

-매주 금요일 다섯 가지 프로그램 활동지 메일 발송(pdf파일)


예쁜 디자인, 어울리는 색감은 몰라도 내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수첩에 정리를 하고 어떻게 만들지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그리고 완성된 나의 첫 상세페이지.


3월 활동지 판매 결과는 내가 원했던 목표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구입을 해주었다. 3월 활동지가 총 125명의 사람에게 발송되고 있으며 그중 2개월 이상 구독을 신청해 주신 분도 있었다. 예상했던 목표 판매량을 넘겼기 때문에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100명 이상의 숫자가 적게 느껴졌다. 

'100명이면 100만 원, 내가 회사를 다녔으면 2배는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참 끝이 없다. 이를 통해 나는 로또 1등이 당첨돼도 만족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욕심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초심을 잊지 말자. 나는 내가 원하던 업이 생겼고, 100명 이상의 사람이 나를 믿고 활동지를 구입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목표로 했던 100만 원 벌기의 꿈을 이루었다. 만약 내가 회사를 다녔다면 상사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결과일 것이다. 상사가 없으니 나 스스로 칭찬을 해주자. 스스로 나만의 업을 만든 것, 목표했던 수익을 이룬 것. 나를 믿고 구입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말자. 


나는 또 흔들릴지 모른다. 판매량이 적거나 없는 날에는 워크넷을 기웃거릴지도 모른다. 판매량이 있는 날에도 더 많은 사람이 구입해주었으면 하는 불평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말자. 첫 번째 목표는 운 좋게 잘 이루었으니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다음 단계는 4월 활동지 발송 인원수 100명 유지하기. 유튜브 구독자 1000명, 할미공부방 활동지 상품 하나 추가하기이다.


내 머릿속에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설레기도 하고, 시작도 전에 지치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덤덤하게 다 이루어내자. 나는 할 수 있다.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천천히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정상에 도착할 것이다. 이제 산 하나를 넘었으니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대단해! 멋지다! 훌륭해! 고생했어! 최고야!

항상 초심을 잊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다음 산을 등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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