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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영 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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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링 Mar 22. 2023

나한테 넌 조오련이야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손을 쭉 뻗어보자.

요즘 수영장에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수영장에는 초급, 중급, 상급, 연수반으로 4개의 강습이 있다. 주로 초급, 중급반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초급에서 중급으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상급반에서 아침과 저녁 수업을 듣고 있는 나도 어쩌다 보니 연수반으로 떠밀려 올라가게 되었다.


원해서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나름 수영 8년 차이고 상급반일 때 선두로 달렸으니 연수반 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연수반에 올라가 보니 그사세. 그들이 사는 세상은 달랐다.


25m를 가서 턴을 하려고 보면 선두로 달리는 사람은 이미 도착해서 날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나의 도착을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나에게 연수반이란 쫓아가기는커녕 운동량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동안 수영이 즐겁고 재밌고 편안했는데 연수반으로 올라간 이후 수업 끝나고 샤워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불타는 고구마 그 자체다. 우리 수영장에서 나 혼자 수영 다했나 보다. 가끔 수영이 끝나면 선두를 달리는 분께서 나에게 틈새강습을 해주신다.


"팔꿈치를 붙이고 어깨를 먼저 돌려보세요."


네 가지 영법 중에 가장 자신 있었던 자유형이었는데, 다시 초급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물 잡기부터 롤링까지 다시 연습 중이다.


"회원님, 여기 서서 팔꿈치 접는 거 100번 하고 자유형 출발하세요."


연수반 레인 맨 앞에 서서 앞으로 나란히 한 다음 팔꿈치를 접어 허벅지 위로 손을 올리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처음 할 땐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다시 내려가서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자신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연습하고 자유형을 해보니 물 잡는 느낌이 새로웠다. 역시 연습만이 살길인가!


3월부터 친구와 함께 수영을 다니게 되었다. 초급반에서 허리에 유부초밥(헬퍼)을 매고 발차기를 하고 있는 친구가 앞으로 나가는 방법을 모르겠다며 나에게 물었다.


"발차기할 때, 손을 뻗고 누가 앞으로 나를 끌어당긴다는 느낌으로 쭉 밀면서 발차기해 봐."


"배랑 엉덩이에 힘줘서 발을 띄우고 몸을 수평 만들어서 발차기해 봐!"


신나서 열심히 설명해 주다가 문득 연수반 선두 사람들이 떠올랐다.


"어후.. 우리 반 사람들이 들을까 무섭다.. 나도 지금 서서 연습하고 있는데.. 내가 누굴 가르쳐줘.."



수영을 하면서 자신감 떨어질때마다 친구가 항상 해주는 말이 있다.


"우리 눈에는 네가 조오련이야..."


그러면 또 기분 좋아서 자신감이 생긴다:)

나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눈에는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또 누군가의 눈에는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나는 달라진다. 그러니까 너무 자만하지도 말고, 자신감을 잃지도 말자.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내 갈길을 가자. 힘은 빼고 하지만 코어에는 힘을 주어 중심을 잘 잡고! 나아가야 하는 방향으로 손을 쭉- 뻗어보자.


누군가에게 난 조오련이고 박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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