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긴 웨딩드레스를 잡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멈춰 서서 함께 미소 짓는 모습은 유럽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나도 어딘가에 급하게 가다가 멈춰 서서 30여분이나 본 적이 있을 만큼 참 예쁜 모습이다.
근데 옆에서 신랑 신부를 보고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신랑 얼굴을 보니 얼마 못가서 헤어지겠다"라고 한마디 던져서 시선이 집중되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민망했다는 일 또한 종종 있는 일이다.
어디에서든 그 순간의 신부를 귀하고 예쁘게 보는 만큼 신랑에겐 왠지 얄미운 마음이 드는 그런것이 아닐까?
소박한 유럽의 결혼식
오래전부터 어머니는 당신이 결혼할때 입은 드레스를 약간의 수선을 손수 하여 딸에게 입혀 줬다는 유럽의 결혼식은 아직까지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부득이하게 새 드레스를 입게 될 경우에는 어머니의 면사포라도 물러받는다고 한다.
시청이나 성당같은 종교적인 장소에서 간단한 성혼선언문을 읽고 밖으로 손잡고 나오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영화가 아니라 실제의 모습이다.
친한 친구가 아침 일찍 꽃집에서 구입한 한 묶음의 꽃으로 어설픈 부케를 만들어서 신부의 손에 쥐어주고 여러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함께 즐거워한다.
두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은 부모님과 친한 친구 몇명 그리고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이다.
오로지 그 순간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뿐이다.
보이는건 아주 사소하다
내가 결혼하던 시절에는 거의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시대였지만 성숙한 사람으로의 교육은 몰랐던 거 같다.
엄마랑 결혼 준비로 이것저것 쇼핑하며 다녔는데도 차 한잔 마주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다.
엄마는 친지나 지인들에게 연락한다고 바쁘셨는데 아마 이게 우리나라의 보통의 모습일거 같다.
아무리 혼수를 잘 해서 시작한 결혼생활도 실상은 그게 삶에서 중요하지 않음을 다들 공감할 것이다.
미숙한 두사람이 좌충우돌의 삶에서 남들에게 보이는건 아주 사소함뿐이다.
앞서 말한 신랑신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도 짓궂은 한마디를 하신 할아버지의 내심은 저리 드러내며 자랑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염려된다는 것을 대다수의 독일 사람들은 알고 있다.
우리의 시선으로 비용이라고 할 수도 없는 돈으로 짧은 시간에 끝나는 소박한 결혼식조차 보이는 것이라고 여기는만큼 살아가는 게 만만치가 않음에 공감하는 것 같다.
많은 독일인들은 결혼식을 하지않고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는것으로 신혼 생활을 시작하기도 한다.
발레리나 강수진씨가 오랫동안 독일에서 사셨는데 아침에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곧장 발레단으로 출근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오래전에 들었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어 보지 못해서 평생 마음에 두면서 살지도 않고 한번뿐인 결혼식이니 무리해서 한다는 생각도 없는 그들의 삶에서도 한 가정을 꾸려 가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에 미치는 가정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결혼하는 자식에게 보다 많은 삶의 지혜를 말해 주려는 보통의 부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이 달라도 화사한 봄날에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예쁘기가 그지 없어서 발길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