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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맘 Apr 26. 2023

유럽인에게 따스한 정을 느끼는 순간

암스테르담의 우유 아이스크림 가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우유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다.


1937년부터 있었던 아주 오래된 가게이며 크기도 작아서 앉아서 먹을 자리도 없어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될 때쯤 이면 몇 개 주문해야 할지 생각하며 돈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능숙하게 주문을 하지 않으면 뒤에 줄 선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영업하는 시간도 애매하게 오후 5시까지고 일주일에 몇 번은 휴일이기도 해서 시내에 나갈 때

매번 사 먹기가 쉽지가 않았다.


우리도 외출시간을 겨우 맞춰서 우유 아이스크림을 사고 매장밖에 긴 의자에 앉아서 먹는데 할머니 두 분이 젤 큰사이즈의 아이스크림을 들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시며 드시고 계셨다.




나는 딸과 함께 그 할머니들의 추억을 한 번 추리해 보았다.


아마 어린 시절 부모님과 시내에 나오면 그 가게에서 우유 아이스크림을 사주셨고 어린 마음에 아이스크림 먹는 재미에 외출을 기다렸을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먹어도 맛있는 이 아이스크림을 그 시절 어린이들은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리고 할머니가 된 지금 제일 큰 사이즈의 아이스크림을 드시면서 함박웃음을 감출 수 없는 거라고.


전쟁 후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행복했던 기억 하나를 지금 누리고 계시는 거라고 딸과 이야기했다.



아내의 묘지에 홀로 꽃을 들고 가는 할아버지


유럽의 전형적인 묘

유럽은 주택가에 묘지가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산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묘지 쪽으로 갈 때도 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 몇 송이의 꽃을 들고 오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곤 했었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 다른 동네의 묘지에서도 유독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빵을 먹는 문화에서도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사는 건 남자인 걸까?


먼저 떠난 아내의 묘지에 좋아하던 꽃 몇송이를 두고 나오시는 할아버지의 사랑을 알고 떠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고 혼자서 오랫동안 남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보이는 마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고마운 사람을 만났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 살려면 맥가이버의 능력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케아에서 재료를 사 와서 침대나 가구를 만드는 일은 우리보다 오래전부터 일상적인 생활인 그들이다.


연장이 가득한 창고를 갖춘 가정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집 수리에다 자동차 점검도 스스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운전만 할 뿐 자동차에 대해 너무 모른다.


그런 나에게 타이어 공기를 보충할 때면 주유소에 있는 셀프 공기압 기계를 사용하면서 매우 집중을 하곤 했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살다 보니 몇 번이나 능숙하게 했었는데 그날은 동전만 먹고 작동이 되지 않았다.


하필이면 오후 6시쯤이라 퇴근하는 차로 주유소가 가득찼고 큰 트럭이 와서 빵빵 ~옆으로 지나가던 독일 아저씨께서 화를 냈다.


빵빵하던 트럭에서 아저씨가 내려서 호스를 뺏다시피 하더니 자기가 하는 것이었다.

근데 기계 고장이 맞았다.


트럭 아저씨는 조금 떨어진 다른 주유소로 같이 가자고 했다.


내 차보다 앞장서서 운전을 해서 몇 킬로 떨어진 주유소에 도착했고 타이어 4개를 다 점검해서 공기를 주입해 주었다.


그 사람은 옆 좌석에 일행이 있었는데도 퇴근길에 30여분의 시간을 나를 위해 사용을 했다.


고마운 마음에 급히 10유로를 드렸는데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오히려 자기가 고맙다고 하였다.


빠른 걸음으로 일행에게 걸어가는 그에게 크게 고맙다고 외쳤다.


어둠이 든 시간, 손 흔들면서 가는 그는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길 진심으로 바랬다.



아무리 오래 해외 생활을 했더라도 내가 이방인이라는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외모부터가 너무 달라 평소에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된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의외의 순간에 그들에게 공감을 하고 정을 느끼곤 한다.


지나가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과 생각이 어쩐지 보이는 듯할 때,

낮선 사람에게 대가 없는 친절을 받을 때,


국적을 떠나 사람과 사람 사이 통하는 그런 정을 모국이 아닌 타지에서 느낄 때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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