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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맘 Jul 01. 2023

독일에서 다름을 느끼는 정말 의외의 순간들

유럽이라는 곳은 기차를 타고 다른 나라도 갈 수 있는 신기한 곳이기만 합니다. 



딸아이의 독일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기차를 타서 벨기에 국경쯤 오면 마스크를 벗고 종착지인 파리까지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었는데요, 물론 돌아올 때는 반대로 마스크를 끼지 않고 타서 독일 국경쯤 오면 마스크를 착용했답니다.


나라마다 마스크 착용 사항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이미 몇 시간을 같은 기차 안에서 함께 온 승객들이 독일 국경을 넘었다고 미스크를 쓰는 일이 우스웠답니다.


젊은이들이 친구랑 기차를 타고 마스크를 벗고 끼는 사소한 일에도 웃고 떠들다가 모두들 감염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운전을 할 때도 도착하는 나라의 기본적인 법규를 살펴보기도 하는데요, 특히 저는 고속도로에서 나가는 팻말이나 글을 잘 봐두곤 했어요.


길을 잘못 들면 목적지와 다른 나라로 빠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에요.



코로나가 한창인데도 환경보호가 중요한 유럽인들: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저희 가족은 유럽에 있었어요.


초기에는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긴박한 시기였고 이러다가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국가적 봉쇄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어요.




집 앞 슈퍼에 가는 도중 중국인이냐면서 묻는 사람도 있었고, 공기가 좋은 편인 독일에서 갑작스러운 마스크를 생산할 만한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서 세탁소나 작은 샵에서 예쁜 천 마스크를 만들어 팔기도 했어요.


점점 사태가 심각하자 천 마스크나 덴탈 마스크는 금지가 되고 우리나라의 KF94 같은 마스크만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며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다가 버리면 어떻게 되냐는 의견과 사람들이 버린 마스크의 끈이 땅에 내려와서 모이를 먹던 새의 다리가 걸려서 못 날아간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우리나라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오염이 원인이라고 하니 그들의 주장이 맞긴 하지만 보통 제 발등의 불부터 끄는 게 우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그들은 검소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나라가 아닌데도, 월급의 많은 부분을 과외비에 지출하지 않으니 여유를 누릴만한데도 그들은 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주택 배수관에 일정량의 물이 흘러 내려가야 이물질이 안 생기는데 너무 물을 절약하여 오히려 기술자가 와서 배수관을 정기적으로 뚫는 일이 빈번하다고 합니다.


물을 너무 적게 쓰기 때문에 수도세를 올리는 일이 불가피하게 될 정도입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도 우리나라처럼 난방을 하는 경우가 드물고 하이쭝이라는 그저 공기만 따뜻하게 하는 라디에이터식의 난방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좀 더 따뜻하게 지내려면 실리콘으로 된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넣어서 안고 있거나 이불속에 넣어 두면 따뜻해져서 보다 쉽게 잠이 든다고 겨울이면 독일 사람들이 물주머니를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전기요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물주머니를 사용합니다.


한두 컵의 뜨거운 물이면 몸을 녹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러운 일은 동네 어르신들의 충고에 겸허하게 납득하며 시정을 하는 일이었어요.


독일이 몇 년 전부터 음식물 쓰레기는 전용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걸로 바꿔지고 난 후 생긴 일입니다.


여태까지 그냥 일반 쓰레기와 같이 버리던 음식물 찌꺼기가 외국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다른 식생활로  분리해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슈퍼에서 10장의 전용 봉투를 3~4000원 정도로 따로 구입하는 부담과 번거로움이 생기게 되었는데요.


많은 독일인들은 수긍하고 잘 지켜졌는데 의외로 젊은 층들이 협조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네 어르신들이 음식물 쓰레기통 근처에서 지키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었어요.


어르신들은 이렇게 생각하셨으리라 짐작되는데요.

"쯧쯧... 젊은것들이 모르니 내가 지켜 서서 가르쳐 줘야지"


저희 딸아이도 동네 어르신들에게 종종 혼이 나곤 했었어요.


샌들을 신고 급하게 걸어가다가 혼이 나기도 했고 신발을 질질 끌고 다닌다고 혹은 추운 날에 얇은 겉옷을 입고 나가서도 혼이 났었는데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사소한 것에 고집을 부릴 때가 있는데 동네 어르신들의 레이더망에 걸려서 혼이 나면 본인도 모르게 자유와 자율을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로서도 우리 아이가 벗어난 행동을 하면 어디에서나 꾸짖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든든했고 외국인으로 살면서도 아이 둘의 사춘기를 원만하게 보내게 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주변 어르신들에게 몇 번이나 혼이 났었는데요,


우리나라였다면 저 사람이 뭔데 나를 혼내는 걸까라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잘못을 한 게 중요하지 혼내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이 없는듯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곧 그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디에서 살든 본인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받는 모든 교육의 도착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부모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사람들이 언제나 주변에 있는 사회가 독일이었습니다.


살아오신 날 만큼 독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잔소리가 많으시지만 많은 경험과 지혜로 마을의 철부지들을 혼내는 일이 통하는 사회는 이제 지구상에 몇 안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니 예전보다 심하게 고부갈등 내지 어르신들은 한 발짝 밀려 놔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아프고 저 또한 젊었던 날들이 아침에 나를 비추던 햇살처럼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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