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노인을 폭행한 혐의로 김천의 한 노인보호센터 원장이 구속되었다. 체중 42㎏ 정도로 힘없고 왜소한 할머니를 원장과 요양보호사 3명이 방안에 가둬 놓고 집단으로 폭행했다. CCTV 영상에는 할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무릎으로 누르거나 손과 발을 묶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쳐 얼굴을 때렸다. 이로 인해 할머니는 갈비뼈 3개가 골절되고 몸 곳곳이 멍든 채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입원했다. 비극이다. 생의 마지막이 비극적이면 최악이다.
치매의 원인이 되는 질환은 100가지에 가깝다. 치매는 여러 원인에 의한 뇌손상으로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겨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말한다. 치매의 원인이 되는 가장 흔한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의 약 50%를 차지한다. 또한 뇌경색과 뇌졸중 후에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가 약 15%,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15% 등이다. 최근에는 혈관성 치매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터지는 뇌출혈 병인 뇌졸중에 의해 치매가 발생하는 것이다.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가 악화되면 뇌졸중으로 발전할 위험이 커진다. 지속적으로 조금씩 진행하는 알츠하이머병과는 달리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을 예방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 가능한’ 치매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같은 동아시아인은 치매에 취약하다. 치매 유발유전자로 알려진 APOE e4형 유전자에는 치매 유발 유전변이가 존재하며 이 유전변이가 있는 사람의 경우 치매 발병률이 2.5배 더 높아진다. 이 치매 유발 유전변이는 동아시아인에게 높은 빈도로 존재하며 이로 인해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에 더 취약하다. 80~84세의 치매 발생비율은 일본 13.1%, 중국 14.6%, 한국은 19.7%로 OECD 평균 11.7%를 크게 웃돈다(2015~2017).
우리나라는 인구 1천 명당 치매 발병률은 2006년 1.56명에서 2017년에는 6.94명으로 4.4배 급증했다. 전체 치매 환자 중 여성이 69.8%였고, 5.0%가 65세 미만의 조기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의 66.5%이다. 한국인이 치매에 걸리는 가장 큰 원인은 신체활동 부족이다. 신체활동 부족의 영향 8.1%, 당뇨병 4.2%, 고혈압 2.9%의 순이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신체활동 부족이 8.2%, 당뇨병 4.0%이었지만 세 번째 요인은 우울증 2.4%이었다. 우리나라 같은 동아시아 사람들은 서양 사람에 비하여 운동을 덜 한다.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nagi.2023.1126587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고 비만 예방은 뇌도 건강해지고 정신적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일석‘다’조의 효과가 있다. 특히 나이 들어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치매 위험은 높아진다. 치매는 인생의 비극 중 가장 큰 비극이다.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은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1935년생인 그는 자신이 안락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자기 생명을 본인이 결정하는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중증 치매로 아들딸도 알아보지 못하고 똥오줌도 못 가린다면 누구나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치매에 걸리면 본인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만 괴롭다. 치매처럼 인간에 대해 회의감을 가져오는 질병은 없다. 나도 안락사를 결정한 지 오래되었다. 이미 내가 어떤 문제가 생기면 당시의 법으로 허용된 범위에서 최대한 빨리 떠나게 해달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나마 치매가 오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 중에 운동이 가장 좋은 선택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