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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면 안 되는 사람과 먹을수록 세지는 사람


술이 세거나 약한 것은 거의 유전자로 결정된다. 부모가 술이 세면 자녀도 술에 강하다. 백인과 흑인은 대부분 술이 센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황색 인종은 센 사람이 반 정도, 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약 10%, 두 가지 모두 가진 사람이 40% 정도이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숙취 ‘불쾌감’으로 피곤하다.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는 알코올 대사를 하면서 활성화되고, 알코올 대사를 담당하는 효소(Cytochrome P450 3A4)도 활성화된다. 시토크롬 효소가 활성화되면 술을 많이 마셔도 몸에 무리가 없고 얼굴색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두 가지 모두 가진 사람은 처음에는 술에 약하지만 많이 마시면 점점 강해진다. 과거보다 술이 세진 느낌이 든다면 이 효소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 알코올 의존증이 많다. 술을 안마시면 두 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져서 잘 취한다.


술에 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술을 마셔도 술이 세지지 않는다. 이런 사람 중에는 술 한 잔 마셔도 얼굴이 새빨개지고 인사불성이 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에게 나타나는 알코올 섭취로 인한 홍조는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7%가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데, 대다수가 동아시아 사람이다. 동아시아인 중 약 45%가 술 마실 때 홍조 현상이 나타난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ALDH2의 변이형 유전자를 가져 알코올 분해를 돕는 효소가 부족하다.

What causes 'Asian glow'? Here's how to recognize the symptoms. - The Washington Post



알코올은 두 단계에 걸쳐 배출된다. 첫 번째 효소가 알코올을 독성이 있는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환시키고, 두 번째 효소가 빠르게 독성 성분이 대사될 수 있도록 아세테이트로 바꾼다. 홍조가 나타나는 사람들은 두 번째 효소인 ALDH2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활성화된다. 이것이 부족하면 1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몸에 축적된다. 이 변이형을 가진 남자는 하루 2잔, 여자는 하루 1잔만 마셔도 40배에서 80배가량 식도암 발병 위험이 높다. 이외에도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두경부암, 위암, 뇌졸중 등의 위험이 있다.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정신이 없어지는 사람에겐 절대로 술을 권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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