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우리나라의 행복 수준은 32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에 ‘매우 행복하다’ ‘꽤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은 57%이다. 10년 전인 2013년 62%와 비교할 때 5%포인트나 낮아졌다. 32개국 평균인 73%에 크게 못 미쳤다. 한국보다 행복도가 낮은 곳은 헝가리 50%이다. 최상위로는 중국 91%, 사우디아라비아 86%, 네덜란드 85%, 인도 84%, 브라질 83%이다. 고소득 국가보다 남반구와 빈국의 행복도가 더 높다. 미국은 14위로 76%, 일본은 29위로 60%를 차지했다. 한국과 일본은 거의 비슷하다. 전 세계 사람은 공통적으로 ‘자녀와 배우자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했다. 반면 경제, 사회 및 정치 상황에 불만이 많았다.
우리나라 사회는 개인 이기주의뿐만 아니라 자기 식구를 우선시하는 가족 중심주의 같은 집단 이기주의가 강하다. 쉽게 말하면 우리끼리‘만’ 한평생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각자도생’에 매진하면서 공동체 감각이 사실상 사라졌다. 사람들은 돈을 위해, 자식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그 과정에서 자기중심적, 이기적 감정이 커진다. 사회적 가치나 타자에 배려 같은 윤리를 경시하다보면 사람관계가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저마다 이기적 행복(욕망)만을 추구하면 결국은 그 피곤함은 내게 돌아온다. 자기들만의 ‘행복’을 달성하려는 경쟁의 극대화와 이기주의는 결국 역으로 개인의 행복을 파괴시킨다. ‘우리끼리 한평생 만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한평생 만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들어오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가 피곤한 것은 ‘내 탓’이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실천하지 않는 한 더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모두가 ‘네 탓’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기다려도 소용없다.
2023년 강남의 한 정신과 의사가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돈과 물질을 숭배하는 풍조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강남은 ‘욕망 1번지’다. 물론 한국사회 전체는 병리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돈만 있으면 대우받고 뭐든 할 수 있다. 돈 없으면 천대받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밑바닥을 흐르고 있다.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려면 몸부림쳐야 한다. 자식들도 성공하여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대치동 학원가에는 ‘내 새끼는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부모들의 맹목적인 신념으로 지친 아이들이 ‘학원 순례길’을 걷는다. 금전 만능주의 라이프 스타일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결국은 ‘강남이라는 화려한 불빛에 불나방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많은 사람이 불에 타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마약이 성행하고 피부과, 성형외과, 정신과, 호스트바가 유행한다. 강남에는 정신과가 많다.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라고 책 제목을 쓴 이유이다. 저자는 말한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의 ‘공동체 감각이 떨어질수록 노이로제, 정신병에 가까워진다.’는 말을 인용하며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공동체 정신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만 잘 살겠다. 내 아이들은 나 이상으로 살아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허공을 가로지르는 메아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