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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배우자를 보면 그 사람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1939년과 1956년, 1967년, 1980년대 등 시대별로 이뤄진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여성들은 배우자를 택할 때 경제력을 중요시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바뀌지 않고 같았다. 남성이 원하는 배우자 조건과 비교했을 때 여성이 경제조건에 주는 점수는 2배 이상 높았다.


남성은 여성의 외모와 나이를 많이 보았다. 미국에서 1939년부터 1996년까지 57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미모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국과 유럽, 호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줄루족 등 6개 대륙 5개 섬의 37개 문화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연구결과도 비슷하다. 1만여 명이 참가한 이 실험에서 여성은 남성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 입지를 배우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시하였다. 반면에 남성은 여성의 육체적인 미와 매력, 나이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논문은 사람의 배우자 선택의 심리가 진화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광범위한 비교 문화적 증거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모든 문화에서 사랑을 중요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배우자로 선택 가능한 조건 18가지 중 여성은 3점 만점에 사랑에 2.87점을, 남성은 2.81점을 매겨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애정으로 연결된 관계는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며 이것 없는 삶은 공허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같이 정치적 편 가르기가 극단화된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적 성향도 한 몫 한다. 특이한 것은 자신과 정치 성향이 같은 사람의 체취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 여성은 극좌 남성의 체취를 맡고 ‘가장 좋은 향수’라고 했고 극우 남성 체취엔 ‘썩은 냄새’라고 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보수 여성은 극우 남성 체취에 강하게 반응했다.


사람들의 반 이상이 정치 성향이 다르면 소개팅으로 만나기도 싫어한다. 그래서 그런지 데이팅앱 가입자들에게 정치성향을 묻는다. 미국에서는 정치성향이 같은 사람만 이용하는 데이팅앱도 있다. 하지만 정치 성향이 다르더라도 좋은 사람이라면 반 이상이 결혼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면 인류의 미래는 걱정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정치적 성향의 양극화가 더 강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가 자신 가족, 부족 그리고 국가로 편을 나누어 서로 죽이고 죽이는 역사가 반복했다. 정치적 성향까지 가세하면 더 폭력과 전쟁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닐는지. ‘사랑이 보수와 진보의 편 가르기가 될 때’ 인류의 역사는 또 다시 후퇴할 것이다. 물론 호모사피엔스는 그렇게까지 우둔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진보 남자와 보수 여자가 사랑을 할 때’ 인간의 역사는 사랑이 될 듯싶다.


사람은 자신과 다른 성향을 가진 반대되는 사람에게 더 끌린다는 통념 또는 가설이 있다. 유전학 모델도 인간의 커플은 무작위라고 가정해왔다. 유전적으로 반대되는 사람끼리 서로 끌린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2023년 대규모 메타분석에 의하면 그러한 통념은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다. 1903년부터 약 100년에 걸친 수백만 건의 관련된 200개 논문에서 22가지 특성을 조사했다. 영국 바이오뱅크(Biobank)에 등록된 8만 명의 이성 커플의 133개 특성에 대한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연애를 하는 커플끼리는 82~89%까지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특히 정치적 종교적 견해, 지능과 교육수준, 처음 성관계를 갖는 연령 등이 그렇다. 일부 연구에서 비슷한 교육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짝을 이루게 되면서, 사회경제적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이었다. 흡연과 음주여부도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출생 연도가 같은 가능성이 높으며, 얼마나 많은 성 관계 파트너가 있었는지, 아기 때 모유 수유를 했는지 여부 등과 같이 잘 연구되지 않은 특성 측면에서도 유사점을 보였다. 연인끼리는 핵심 신념, 가치관, 취미 등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전 연구를 확증한다. 같은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커플이 될 확률이 높았다. 같은 지역에서 자라거나, 특정 소수의 친구 혹은 집단과 어울리는 공통점이 있다면 커플이 될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더 크다. 유사하지 않은 점도 있었다. 키, 몸무게, 의학적 문제, 성격 특성의 유사성은 커플마다 다양했다. 특히 외향성이나 내향성과 같은 성격 특성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에게 끌리는지 혹은 외향적인 사람에게 끌리는지에 대해서는 선호가 각각 다를 수 있다. 이는 동전을 던져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반반인 것과 같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3-0167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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