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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호모사피엔스 화석과 ‘흔들리는’ 인간의 기원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 화석은 23만3천 년 전으로 추정되는 에티오피아의 유적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그 이전부터 살았을 것이다. 그전에는 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는 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 강가에서 발견한 16만 년 전 인류의 화석 ‘이달투’였다. 발굴은 1997년 했지만 복원해서 발표한 것은 2003년이다.


2017년 모로코에서 31만5천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 화석을 발견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동아프리카에서 약 20여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다는 주장보다 10만 년 이상이 앞선다. 인간이 동아프리카에서 기원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 등과는 다르게 현생 인류와 유사한 특징을 가졌지만 에티오피아의 화석과는 달리 호모 사피엔스로 확정되진 않았다. 이 유골들은 호모 사피엔스를 비롯한 인류 진화 계통의 가장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이 화석을 발견한 장 자크 후블린(Jean-Jacques Hublin)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는 2023년 인류애와 평화에 공헌한 과학자들과 문학가들에게 수여하는 발잔상(Balzan Prize)을 받았다. 후블린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를 발견하여 인류 진화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아직은 호모사피엔스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2023년 중국 동부 안후이 성에 있는 화룡동 동굴에서 발굴된 유골 16구가 약 30만 년 전의 것이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턱 선의 뼈는 호모 에렉투스와 같이 두껍고, 턱 윗부분 하악골의 측면은 현생 인류를 닮았다. 이 유골은 다양한 멸종 인간 종의 한 갈래일 수 있다. 약 80만년~12만6000년 전에는 다양한 고대 인종이 동아시아에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 인처럼 멸종한 인류의 조상인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화룡동 유골들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표본들과 연구가 필요하다.

https://doi.org/10.1016/j.jhevol.2023.103411

A new human species? Mystery surrounds 300,000-year-old fossil (nature.com)



이번에 발표된 화룡동 유골과 가장 유사한 것은 모로코에서 발견된 31만5천 년 전의 유골들이다. 서로 연관성이 있음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모로코 유골과 같은 종으로 밝혀진다면 인류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동시에 시작됐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물론 아직 화룡동과 제벨 이르후드에서 발견된 유골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후기 구석기 시대는 식량공급이 달리게 되면서 기원전 1만 년경에 종말을 고했다. 빙하가 북쪽으로 후퇴하고 남부유럽의 기후가 순록이 살기에는 너무 따뜻해지자, 크로마뇽인도 점차 발트해 연안으로 이주해갔다. 아마도 크로마뇽인은 순록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해 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후의 어떤 문화적 업적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냥 이들이 살던 시대를 선사시대라고 부른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일부일처제로 결혼을 했는지, 종교는 있었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잘 모른다. 그들은 이름도 없었다. 유일신 종교에서는 그냥 ‘아담’이라고 한 마디만 말한다. 사실 현대를 사는 80억이 넘는 인간도 세상을 떠나면 후대의 인간은 거의 대부분에게 기억도 없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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