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는 알려진 것만 수백 종에 달한다.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은 신종 코로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SARS-CoV),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MERS-CoV), 계절성 인간 코로나(HCoVs) 4종 등 모두 7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와 감기 바이러스(common-cold virus)는 왕관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 돌기를 가진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이다.
집단면역은 집단의 ‘상당’ 부분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상태이다. 인구 내 60%가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전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된다. 전파력이 높은 감염병일수록 집단면역 형성이 중요해진다. 공기전파가 가능한 홍역의 경우 인구의 95%가 면역력을 갖춰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면역은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 독소를 중화하거나 병원체를 죽인다. 질병마다 면역의 효과, 유지기간 등은 다르다. 면역 수준을 알아야 하는 것은 질병의 확산을 통제하고 감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코로나19에 ‘집단 면역’을 내세웠던 스웨덴은 면역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를 맛봤다. 2020년 4월 말까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비율이 전체 인구의 7.3%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스웨덴 정부 정책의 실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스웨덴 정부는 2020년 5월 초까지는 스톡홀름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6월 중순까지는 40~60%의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한다고 추정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면역 관련 연구결과 40여개를 분석한 결과이다. 그 결과 코로나19가 향후 몇 년간 지속해서 발생하는 5번째 계절성 코로나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확인된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는 7종이다. 메르스나 코로나19, 사스처럼 중증폐렴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3종과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을 코로나바이러스 4종이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 4종과 같이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도 향후 몇 년간 계속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 근거로 코로나바이러스의 면역력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증상이 가벼운 코로나바이러스 4종의 경우, 회복 80일 만에 재감염이 발생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코로나19의 경우 면역은 시간이 지남이 따라 줄 것이며 회복 80일 이후 다시 감염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 1월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면역 회피 진화 흔적이 발견되었다. 감기 코로나 4종 중 2종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진화 흔적이 많았다. 감기에 자주 걸려도 면역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신종 코로나 역시 변이에 의하여 면역 회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https://elifesciences.org/articles/64509#info
2021년 4월에도 이러한 변이가능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오래전부터 인간들 사이에 널리 퍼져 가벼운 감기 증상을 일으켜 온 계절성 인간 코로나 4종 중 하나(229E)에 감염되면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면역 반응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재감염이 방지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항원이 변하는 진화가 이뤄지면 면역계는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침입해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축적된 돌연변이로 오래전 분리한 혈장의 항체를 피한다. 다른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도 유사한 진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축적된 감기 바이러스는 혈장 항체의 중화 작용을 회피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 기존 백신의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신종 코로나 변이가 계속 나오면 코로나 백신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https://journals.plos.org/plospathogens/article?id=10.1371/journal.ppat.1009453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020년 말부터 전 세계에서 시작되었다. 일부 연구에서 코로나19 증상이 거의 없는 무증상과 경증 환자에게서 빠른 속도로 항체가 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면역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2020년 6월 중국 충칭대학 연구팀은 코로나19 무증상 환자 중 40%가 2~3개월 내 항체 검사결과에서 음성으로 확인된다고 발표하면서 무증상자의 재감염 위험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국내 무증상 및 경증 환자 58명을 분석한 결과 감염 8개월이 지난 후에도 최대 8개월까지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감염 8개월이 지난 후에 최소 69%에서 최대 91.4%의 항체 양성비율을 보였다. 8개월이 지났음에도 많게는 10명 중 9명까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했다는 것이다. 여성은 82.9%에서 94.3%를 보여 47.8%에서 73.9%를 보인 남성에 비해 항체 양성비율이 높았다. 이렇게 과거 연구와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은 기존 연구의 분석법이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자연면역이 일어난 이후 항체가 오랜 기간 유지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백신의 항체 지속 여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2020년 10월 <사이언스>에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남을 것이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면역력이나 백신을 통한 면역력이 1년 이내에 없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혈청을 분석해본 결과 일부에선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 발달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 항체가 재감염을 장기적으로 막아줄 강력한 면역력을 키워줄 지는 분명치 않다. 대부분의 바이러스의 경우, 면역반응 결핍, 면역력 감소, 돌연변이를 통한 면역력 약화나 면역 회피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전에 감염돼 면역력이 생겼다 할지라도 증상의 심각 도를 낮출 뿐 재감염 될 수 있다. 이는 가벼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동질성이 높은 베타코로나바이러스(beta-coronavirus)에서와 비슷하다. 이런 경우에는 매년 코로나19가 다시 올 수 있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길게 유지된다면 코로나19의 종식을 맞이할 수 있지만 몇 년 안에 재유행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효능이 확실하고 장기간 유지되는 백신이 나오지 않으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풍토병이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endemic)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일으키는 전염병 발생에 대한 모델링 분야의 권위자인 제프리 샤먼(Jeffrey Shaman) 컬럼비아대학 교수의 주장이다. 분명한 건 겨울에는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열대지방 밖에서는 많은 흔한 호흡기 바이러스가 계절적으로 일 년 중 특정 시기에 재발한다. 기존의 풍토성 코로나 바이러스 4종(229E, NL63, OC43, HKU1)도 모두 독감 바이러스처럼 온대 지방에서 계절성을 나타낸다.
2021년 3월에는 <네이처>도 같은 의견을 냈다. 집단면역은 집단의 구성원 대부분이 면역력을 가져 감염 병이 빠르게 확산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감염 병에 따라 집단면역이 형성됐다고 판단하는 인구 비율은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경우 60%부터 90%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독감처럼 일정 주기로 유행이 반복되는 풍토병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네이처>는 2021년 3월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없는 이유를 정리하여 보도했다. 우선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은 면역이 형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알 수 없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고 시간이 지나면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백신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만든 백신과 미국 모더나가 만든 백신은 접종자의 감염을 막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을 막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도 변이바이러스에 효과가 없을 수 있다. 2021년 1월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자가 대폭 늘면서 집단면역을 갖춰도 효과가 없었다. 게다가 국가, 지역, 연령별로 백신 접종률이 차이가 많다. 집단면역이 형성되어도 인접해 있는 집단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돼 있지 않으면 전염될 수 있다. 연령별 백신접종 격차도 문제이다. 백신은 대부분 고 연령층에게 우선 접종한다.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최소 연령도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가 개발한 백신은 16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8세다. 미국의 경우 18세가 되지 않은 국민이 전체의 24%이다.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나머지 76%가 전부 백신을 맞아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은 이제야 저 연령층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사람들이 접촉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는 등의 조치도 집단면역 형성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코로나19가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없고 독감 같은 풍토병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2021년 3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남지 않을 가능성이 일부 확인되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사람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저항력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킬러 T세포(CD8+ T세포)는 코로나19 면역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를 찾아내 파괴하는 T세포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영국, 남아공 및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하고 폭넓은 면역반응이 축적되면서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가 회복한 30명 정도를 대상으로 연구한 것으로 보다 더 많고 다양한 환자를 대상으로 추후 연구가 진행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빈번하게 나타날지, 얼마나 독성이 강할지는 알 수 없다.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백신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면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또한 가난한 나라에 대해서는 선진국들이 힘을 합쳐 도와주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모두 다 잃는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