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gut feeling) 탈나면 노년불행(파킨슨병)


이글은 지루하고 어려운 뇌 이야기이다. 하지만 모르면 당신의 미래는 불행해질 수 있다.


아미노산 결합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은 각각 고유한 접힘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구조가 단백질의 기능과 상호작용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단백질의 접힘에 문제가 있으면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체내에서 잘못 접힌 단백질은 세포에서 세포로 전파될 수 있고, 당연히 장에서 뇌로 이동할 수도 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같은 뇌질환도 비정상적인 단백질 접힘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의 시작이 뇌가 아닌 장일 수 있다는 증거도 많이 나오고 있다.


파킨슨병이 장에서 기원한다는 가설이 2003년 나왔다. 하이코 브라크(Heiko Braak)는 파킨슨병 환자의 중추신경계 일부에 변이를 일으킨 단백질(alpha-synuclein)이 쌓여 있는 걸 발견했고, 2003년 파킨슨병이 장에서 유래한다는 가설을 제기하였다. 중증 파킨슨 환자는 뇌 전체에서 이 단백질(α-synuclein)이 잘못 접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파킨슨병 초기 증상을 보인 환자들은 그런 단백질이 뇌간 하부에서만 발견됐다. 운동에는 지장이 있지만 치매는 없는 중간 단계 파킨슨병 환자들은 뇌간과 중뇌 전체에서 알파-시누클레인이 비정상적이지만 가장 바깥쪽 대뇌 피질은 문제가 없었다.


장에서 비정상적인 알파-시누클레인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 마이크로바이옴이 관여하는지, 독소에 노출돼서 일어나는 일인지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 확실한 것은 파킨슨병으로 진단받기 훨씬 전에 ‘장에서부터’ 파킨슨병이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당신의 장이 당신의 노년을 좌우한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도 장과 소통을 한다. 예를 들면 장이 비어 배가 고프면 뇌로 전달되어 공복감을 느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머리도 아프지만 장에 탈이 날 수 있다. 장의 신경세포와 뇌는 서로 신호를 교환하는 장뇌 축(gut-brain axis)이 있다. 신경세포에 사는 바이러스도 장에서 뇌까지 이동한다는 것도 발견되었다. 직감 또는 직관은 영어로 ‘gut feeling’이다. 우리의 직감은 뇌와 장의 상호작용이라는 암시이다.


장을 잘못 관리하면 인간의 노년은 불행해진다. 바로 파킨슨병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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