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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꼬부부는 바람둥이이다!

아카디아딱새(Acadian flycatchers)는 암수 부부가 둥지를 짓고, 새끼를 기른다. 그러나 그 새끼는 반 이상이 암컷이 ‘외도’를 통해 낳은 새끼이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수컷은 열심히 ‘일하고’ 수컷이 돌아오면 암컷은 아무렇지 않게 ‘지지배배’ 수컷을 맞이한다.


노래하는 새들을 일컫는 명금류들은 확실한 일부일처제라고 생각했다. 명금류(Song Bird)는 참새아목(Passeri)에 속하는 노래하는 조류로 수천 종이 있다. 암수가 마주보고 노래하고, 함께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우는 부부의 전형이라고 보았다. 특히 잉꼬부부인 잉꼬는 지고지순한 새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제 ‘잉꼬’는 문란하다.


명금류 중 90% 이상이 ‘외도’를 한다는 연구도 있다. 사회적으로는 ‘일부일처’이지만,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경우 성적으로는 ‘일처다부’인 셈이다.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새끼를 낳은 암놈이 자연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의 다양성은 종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암컷이 수컷에 의해 강제적인 성관계를 갖는 것도 아니다. 이들 수컷에겐 포유류 같이 밖으로 튀어나온 성기가 없기 때문이다. 눈이 맞아야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수컷 새들은 아름다운 털로 치장하고, 춤을 추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울어대는 능력을 발달시켰다.


일부일처로 살아가는 새는 새끼를 지키기 위하여도 바람을 피운다. 암컷과 수컷 힘만으로 천적을 막기 힘들 때 이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천적이 공격을 하면 암컷이 바람을 피운 수컷이 나서서 방어한다. 수컷은 바람을 피운 암컷이 자기 새끼를 낳은 것을 알고 있다. 이 수컷은 그 새끼에게 먹이도 준다. 위험에 빠진 둥지에 자기 핏줄이 없으면 나서지 않는다. 결국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린 것이고, 암컷은 바람피운 ‘대가’로 새끼를 더 잘 보호한다. 새들은 새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한다. 이들에게 ‘사랑’은 가식이고 번식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일부일처제는 뇌와 관련이 있다. 북아메리카 중서부 대초원에서 서식하는 들쥐와 산에서 서식하는 들쥐는 ‘애정’ 생활에서 상반된다. 대초원에서 서식하는 들쥐는 일부일처를 유지하고 평생 한 파트너하고만 짝짓기를 하며, 새끼를 함께 돌본다. 반면 산에 사는 들지는 새끼를 낳아도 관심이 없으며, 다른 암컷에게 간다. 둘 다 유전자는 거의 동일하지만 뇌 속만 다르다. 일부일처제로 사는 수컷 들쥐에게 ‘바소프레신’ 호르몬을 차단하고, 암컷에게는 옥시토신을 차단했더니 수컷이 교미가 끝나자마자 떠났고 암컷도 수컷에 대한 흥미를 곧바로 잃었다. 난교를 하는 산에 서식하는 들쥐를 바소프레신 수용체와 옥시토신 수용 체의 양을 늘렸더니, 수컷 들쥐가 ‘자상한’ 수컷이 되었다. 암컷 한 마리와 그 새끼를 키우는 데 전념한다. 인간도 어떤 호르몬이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따라 사랑의 성격도 달라진다.


남성은 바소프레신 수용 체에 아주 작은 변화만 있어도 이혼을 두 배나 많이 하고 외도도 두 배나 많이 한다. `바람둥이‘ 유전자(DRD4)도 있다.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이 바람을 피울 확률이 2배 더 높다. 사람 중에 25%가 가지고 있다. 인간은 새와 같이 ’불완전한‘ 일부일처제이다. 아마도 진화과정에서 이런 인간들이 많은 후손을 남겼기 때문이리라. 결혼제도는 윤리보다는 번식이 우선이다. 최소한 생물학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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