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름다운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면서 보지 못한 불행한 사실

미국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20년간 연구한 결과는 놀랍다. 녹지 근처에 살면 우리 몸에서 생물학적 또는 분자적 변화를 일으킨다. 도심 속 공원이 주민들의 생물학적 노화를 늦춰준다. 녹지 근처에 사는 시민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평균 2.5세 젊다. 그것도 거주지 반경 5km 이내에 녹지가 20%인 지역과 30%인 지역을 비교한 결과이다. 과천 같이 반경 5km 이내에 녹지가 거의 80%가 넘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10년 더 젊을지도 모른다.


미국사회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연구결과는 2023년에도 나왔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환경 경험은 세포 내 염색체에 축적되는데, 이를 환경노출(exposome)이라고 부를 수 있다. 노출(exposure)과 염색체(chromosome)를 합친 말이다.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에 따라 유전자는 변함이 없지만 후천적으로(후성유전학적으로) 염색체에 영향을 준다. 텔로미어의 길이에도 마찬가지이다. 집 주변에 녹지가 많으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생물학적 연령을 2~3년 젊어지게 한다는 연구가 2023년 나왔다. 반면 빈곤하거나 환경오염이 있는 지역은 스트레스로 텔로미어를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녹지가 많은 부유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의미이다. 빈부격차는 건강과 수명격차도 불러온다.

https://doi.org/10.1016/j.scitotenv.2023.167452


텔로미어(telomere)는 염색체 DNA 끝부분에 꼬리처럼 달린 반복적인 염기서열이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가 조금씩 짧아지고,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져서 더는 분열할 수 없게 되면 세포가 죽는다. 텔로미어는 생물학적 연령이나 세포 노화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이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그만큼 노화가 더 진행됐다는 의미이다.


2023년 10월 스코틀랜드 서부고원지대(West High Land) 트레킹을 다녀왔다. 이곳에 가려면 에든버러를 거쳐야 한다. 이 연구는 에든버러 대학이 참가한 논문이다. 연구결과 해설을 읽으면서 ‘에든버러 대학’이 눈에 쑥 들어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 에든버러 대학은 찰스 다윈이 의학을 공부한 곳으로 유명하다. 다윈은 의학공부를 그만 두었다. 스코틀랜드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잉글랜드에 비하여 낙후되었고 가난하다. 그곳을 여행하다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영국도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임을 실감할 수 있다. OECD 국가 중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는 미국과 한국도 포함되고 점점 격차가 커지고 있다. 둘 다 ‘나쁜’ 나라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신생아의 기대 수명도 태어나 자란 곳의 영향을 받는다. 부유한 지역에서 태어나면 그렇지 않은 곳 보다 10년 이상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 기대수명이 가장 높게 지역은 부촌의 비율이 높은 런던과 남동부였다. 반면 기대 수명이 곳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등 빈곤 지역이었다. 런던 부자동네인 햄프스테드에서 태어난 아이는 88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출생한 아이는 76세로 12년이나 차이가 났다. 격차를 줄이려면 빈부격차를 줄이고 녹지를 조성해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잉꼬부부는 바람둥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