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간은 하루 두 끼 정도를 먹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하루 세끼가 일반화되었다. 과잉 섭취와 비만을 겪는 현대인이 굳이 아침까지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영양학자 레나 쿠퍼(Lenna F. Cooper, 1871~1965)는 1917년 발표한 논문에서 “세 끼 가운데 아침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이것이 널리 알려졌다. 그 뒤 아침을 든든히 먹는 게 비만을 막는 이점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왔다.
아침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이어지는 이슈다. 아침을 먹는 사람이 거르는 사람보다 더 날씬하며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일부 학자들은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비만예방에 좋다는 연구 결과 중 다수가 편향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연구 자료를 확대 해석하거나 단순한 상관관계를 인과 관계처럼 서술한 경우가 많다는 입장이다. 아침 식사와 체중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려는 연구가 많지만 대부분 2~3주 단기간 연구이고 결과는 비슷하다. 아침을 먹으면 체중감소 효과는 있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다.
아침을 먹으면 오히려 하루 섭취량이 늘어나 체중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규칙적으로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은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지만 전체 칼로리 섭취량을 늘려 결국 체중을 늘리는 요인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아침 식사를 하더라도 체중이 감소하지는 않고 아침을 안 먹어도 체중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아침식사가 다이어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연구결과는 단기간 걸쳐 이루어진 것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메타분석에 의하면 아침 식사 여부가 몸무게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를 주지 않는다. 메타분석이란 기존 연구결과들을 모아 다시 분석하는 것이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발표된 논문 열세 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이다. 아침을 먹지 않은 그룹이 불과 0.44㎏ 체중이 더 많았다. 아침을 먹든 안 먹든 체중 변화 폭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말이다. 아침을 챙겨 먹는 게 좋은 다이어트 전략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아침을 건너뛰는 게 오후에 식욕을 더 높이지는 않으며 오히려 아침을 안 먹는 게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침을 거르면 에너지가 부족해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기 어렵다. 점심과 저녁을 먹어도 부족하므로 결국 늦은 저녁 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밤늦게 먹은 야식은 비만의 주요 원인이다. 우리나라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는 청년층에겐 중요한 정보이다. 2016~2018년 서울대학 학생 1만2천여 명을 조사하였더니 약 57%가 아침식사를 주 4회 이상 먹지 않았고 아침을 매일 먹는 학생은 17%였다. 전자의 대사증후군인 비율은 3.1%로 후자의 1.7%보다 약 1.73배 높았다. 아침식사를 하면 식욕 조절도 쉬워지고, 아침을 거르면 식욕을 자극해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하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더 자주 과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식사의 질도 더 나빠서 패스트푸드 등 초 가공식품 섭취가 더 많고, 과일이나 야채 섭취 빈도는 더 낮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3-43957-3
참고로 대사증후군은 여러 가지 신진대사와 관련된 질환이 동반되는 증후군이다. 허리둘레(남자 90㎝, 여자 80㎝ 이상), 중성지방(150㎎/㎗ 이상), 고밀도 콜레스테롤(남자 40㎎/㎗ 미만 여자 50㎎/㎗ 미만), 혈압(130/85㎜Ηg 이상 혹은 고혈압 약 투약 중), 공복혈당(100㎎/ℓ이상 혹은 혈당조절 약 투약 중)이다. 이 가운데 3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방치하면 뇌졸중‧심근경색 등의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이 장기간 체중감량 유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023년 발표한 한국인 2만 2699명의 식사 형태와 건강을 분석한 논문이 있다. 아침을 안 먹는 여성은 공복 혈당이 높아질 위험이 18%,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할 가능성은 19% 높았다. 아침을 안 먹은 여성의 공복 혈당,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 가능성은 하루 세 끼 식사하는 여성의 1.2배였다. 아침 식사를 자주 안 먹는 남성은 대사증후군 위험이 22%, 복부 비만은 28%, 혈중 중성지방이 늘어날 위험은 20% 높았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은 설탕이나 탄수화물, 그리고 ‘나쁜’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못한 식품을 먹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