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보기만 해도 섬뜩한 박쥐의 놀라운 12시간 생식방식


1천 종이 넘는 박쥐는 95%가 열대 정글에 산다.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박쥐들이 점점 온대지방으로 터전을 옮겨오면서 동물들에게 바이러스가 옮겨지고 인간에게 건너온다.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 한 열대 박쥐들은 온대지방으로 끊임없이 이주할 것이고 그들이 가지고 오는 바이러스 때문에 코로나 같은 팬데믹은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생물다양성이 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가 생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겪은 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박쥐로부터 출발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수억 명 중에 박쥐로부터 직접 코로나바이러스를 받았다고 밝혀진 경우는 없다. 박쥐는 죄가 없다. 


박쥐는 수천만 년 동안 지구상에 살아온 생명이다. 2023년 5200만년 신종 박쥐(Icaronycteris gunnelli) 화석이 발견됐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전체적인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역대 가장 오래된 5200만 년 전 박쥐 화석이다. 상대적으로 넓은 날개와 짧은 팔뚝이 에오세 시대(약 5600만~3600만 년 전)의 박쥐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아마도 당시 호수 주변 나무에 살면서 물 위를 날아 곤충을 사냥했을 것이다.


박쥐는 생물학적으로 흥미로운 동물이다. 박쥐는 작은 몸집에 비해 비교적 수명이 길다. 일부는 40살 이상을 산다. 또 번식하는 방식도 특이하여 일부 암컷 박쥐는 짝짓기 후 몇 달 동안 정자를 자궁에 저장한다. 박쥐는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 중 하나로 날 수 있게 진화한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살고 있으며 특히 오늘날 박쥐는 해충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식물의 씨앗을 뿌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징그러운 외형과 야행성인 습성, 그리고 떼로 몰려다니는 특징 때문에 영화에서는 무섭고 두려운 형태로 묘사되지만 사실 박쥐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많다. 박쥐는 골격이 매우 연약해 화석이 잘 남지 않으며 골격이 거의 완벽한 박쥐는 찾기 힘들다. 나무에 살던 작은 식충 포유류가 비행 능력을 가진 현재의 박쥐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과 박쥐를 포함하는 대부분의 포유류는 난자의 수정과 임신이 모두 암컷의 몸속에서 이뤄진다. 수컷의 음경이 크게 진화한 것은 난자 가까이 정자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포유류의 짝짓기에서 성기 삽입 없이 정자를 옮기는 종은 이전까지 발견된 바 없다. 


그런데 예외적인 박쥐가 발견되었다. 바로 문둥이박쥐(Eptesicus serotinus)이다. 이 박쥐는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서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대전, 전남 순천 승주, 경남 마산, 창원, 함안, 강원 인제 등에서 관찰되었다. 매우 희귀한 종으로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이 박쥐의 몸길이는 약 6~8㎝ 정도인데 발기한 성기의 길이가 몸통의 22%에 달하며 끝부분이 둥근 하트 형태를 띠고 있다. 문제는 수컷의 생식기가 암컷의 질 길이보다 7배 이상 길고 두꺼워서 도저히 삽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문둥이박쥐는 대다수의 포유류와 달리 성기 삽입 없이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수컷 박쥐는 암컷의 등을 잡고 목덜미를 깨문 채, 발기된 성기를 암컷의 외음부에 갖다 대어 붙인 채 짝짓기를 이어간다. 평균 53분간 이러한 성행위를 지속했으며, 가장 긴 짝짓기는 12.7시간 동안 이어졌다. 짝짓기 후 암컷 배의 털이 젖어있는 것을 관찰했는데, 정액이 전달된 것으로 추정한다.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진화를 했는지 흥미롭다.

https://doi.org/10.1016/j.cub.2023.09.054


매거진의 이전글 온몸이 "뇌"인 불가사리의 생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