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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먹으면 비만 천천히 먹으면 날씬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식사 시간은 10분밖에 되지 않는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은 5~10분 사이에 식사를 끝낸다. 90%는 먹는데 15분이 걸리지 않아 15분 이상인 사람은 10% 정도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만 하는 사람을 ‘데스크 포테이토(Desk Potato)’라고 한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 위해 빨리 먹는 것이다. 그야말로 왜 사는지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간다.


식사 시간이 짧아 허겁지겁 먹으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대충 씹은 음식물은 위에 부담을 준다. 식후 역류 증상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지고, 음식이 위에 오래 머물면 위 점막이 위산에 많이 노출된다. 그 결과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소화불량, 복통, 속 쓰림 등이 생기고 오래 지속되면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의 위험도 높아진다. 식사 시간이 5분 미만인 사람은 15분인 사람보다 고지혈증 1.8배, 고혈당 2배로 높다.


식사 시간이 5분 미만인 사람은 15분인 사람보다 3배나 높다. 식사를 너무 짧은 시간에 하면 비만이나 각종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비만인 사람은 대체로 식사 속도가 빠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사를 해본 결과 식사시간이 20분 이하로 짧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비만인 경우가 남성은 17%, 여성은 15% 많았다.


식사시간이 짧으면 문제가 되는 것은 배부르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하고 끝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과식으로 이어진다. 음식을 먹으면 위에 음식물이 가득 차서 윗배가 볼록해지지만 배부르다고 느끼지 못한다. 포만감을 느끼는 것은 위가 아니라 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행 가서 놀면서 오랜 시간 앉아서 먹으면 배부름이 강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포만감을 느끼는 건 우리 뇌다. 입에서 식도를 거쳐 위나 장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이 정보가 뇌에 도달해 포만감을 느끼는 데 대략 20분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20분 내에 식사를 끝내면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끝나버린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 있는 신경세포가 뇌에 신호를 보낸다. 음식을 먹어 장으로 내려가면 장이 늘어나고 그것을 신경세포가 알아채서 뇌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대장과 뇌가 신경으로 연결돼 있다. 또한 식욕은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leptin)과 식욕자극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에 의해 좌우된다. 렙틴은 음식을 충분히 먹었다는 신호를 뇌로 보내 먹는 것을 멈추게 하고, 그렐린은 위가 비었을 때 공복감을 뇌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은 음식을 천천히 잘게 씹어 먹을수록 잘 분비된다. 또한 렙틴은 먹기 시작한 지 최소한 15분이 지나야 분비된다. 그래서 뇌가 배부름을 인지하는데 15~20분 정도가 걸린다. 너무 빠르게 식사를 하면 렙틴이 분비되지 않아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과식을 하여 비만 위험이 높아진다. 그래서 빨리 먹는 사람은 대체로 비만이다. 문제는 음식 먹는 속도와 한 입에 먹는 양은 타고난다는 점이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2023년 밝혀진 바에 의하면 장에서 뇌로 신호를 보내기 전에도 뇌는 먹는 것을 안다. 장으로 음식이 가기 전에 입에서 음식이 들어가면 뇌간에 있는 뇌세포를 자극한다. 뇌간의 세포는 입에서 나오는 신호와 나중에 나오는 장에서 나온 신호를 사용해 먹는 속도와 양을 조절한다. 뇌의 뉴런이 위장에서 보내는 신호에 반응하기 시작하는 데는 몇 분이 걸린다. 이 뉴런은 장에서 오는 신호에 의해 활성화돼 음식의 양을 고려하여 수십 분 동안 포만감이 지속되게 한다. 어떤 뉴런은 미각을 인지하여 먹는 속도를 늦추게 하고, 어떤 뉴런은 위장의 포만감 신호로 먹는 것을 멈추게 한다. 여전히 천천히 먹어야 함은 차이가 없다.


2023년 장원영이라는 그룹 멤버가 ‘유튜브 예능’에 출연하여 저녁을 세 시간 동안 먹는다고 말했다. 젊은 가수이지만 아주 날씬한 걸 보면 식사습관도 한 몫 하지 않았나싶다. 세 시간씩이나 저녁식사를 할 수는 없지만 느리게 먹는 식사는 다이어트에 꼭 필요하다. 느리게 먹으면 침이 많이 나오고 꼭꼭 씹어 먹어 음식물이 잘게 부서져서 소화가 잘 된다. 게다가 느린 식사는 뇌에 적절한 자극을 줘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턱을 움직이는 저작 운동을 하면 뇌로 가는 혈류가 늘어 뇌에 많은 양의 산소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바쁘고 ‘뭔가’에 쫒기며 살고 있어 시간을 가지고 밥을 먹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먹으면 더욱 빨리 먹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는 것을 ‘마인드리스 식사(mindless eating)’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정신없이 먹어치우는 식사이다. 그래서 먹기 명상이라는 것이 나왔다. 마음 챙김(mindfulness) 명상이 확산되면서 식생활에서도 반영된 것이다. 먹기 명상은 집중명상과 마음 챙김 명상이 있다. 집중명상은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져 어떻게 자신에게 왔고, 몸에 들어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지 음식과 자신의 관계에 집중하는 명상이다. 마음 챙김 명상은 먹는 동안 느끼는 감각과 느낌을 음미하면서 먹는 명상이다. 먹기 전에 음식 앞에서 잠시라도 눈을 감는다. 왜 먹는지, 여기는 어딘지 등을 한번 명상해보자. 그리고 천천히 조금씩 씹으면서 조용하게 먹는다. 최소한 20~30분 이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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