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민하는 인간은 원숭이와 침팬지에서 기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가진 인간 고유의 유전자는 매우 적다는 점이다. 우리 인간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같은 인간 속과 다른 독특한 유전자는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98.5%는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등 사람(Homo) 속의 조상들과 공유하고 있다. 사람 속만의 유전자는 7%에 그친다. 나머지 93%는 다른 동물과 같다. 당연하게도 인간은 원시동물에서 척추동물로 포유류에서 영장류로 조금씩 진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만의 독특한 게놈 영역은 인간만의 지적능력을 낳았으니 우리는 그것을 동물과 구분하여 ‘인간’이라고 부르고 있다. 비록 작은 영역이지만 현생 인류를 분명하게 구분 짓는 것은 분명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93% 또는 98.5%는 인간 고유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인간과 아주 가까운 종인 원숭이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게끔 할 수 있다. 2020년 독일과 일본에서 진행된 실험으로 그것은 큰 논란을 야기했다. 원숭이 수정란에 인간 유전자 중 단 한 개를 주입했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원숭이 태아의 신 피질이 일반 원숭이의 2배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뇌 표면 주름이 인간 같이 발달했다. 이 원숭이가 출산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결과와 윤리적 문제를 우려하여 연구는 중단되었다. 인간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신 피질 등이 발달하면서 지능이 급격하게 좋아졌다. 이러한 신 피질 등의 발생에는 유전자가 관여한다. 인간의 유전자를 원숭이에게 집어넣자 인간과 비슷한 뇌로 분화된다는 것은 원숭이와 인간이 얼마나 가까운 종인지를 보여준다. 신 피질뿐만 아니라 해마 등도 인간의 지적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뇌 부위이다. 이 모든 것을 돌아보면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의 뇌와 공통점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지적능력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원숭이는 뺄셈을 할 수 있다. 동물이 자연에서 순수하게 산수나 수학을 할 일은 없다. 그것은 기본적으로는 주변 환경의 변화를 알아채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떼를 지어 사는 작은 물고기들은 큰 무리에 합류하여 포식자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사자는 자신들의 숫자가 침입자보다 많을 때에만 침입자를 공격한다. 숫자는 생존에 중요한 정보이다. 수리 능력이 생존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가족이나 친구 등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획득한 사회적 기억을 통해 이름과 얼굴을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이런 기억은 40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유인원의 장기적인 사회적 기억은 알려진 게 거의 없다. 2023년 침팬지나 보노보 같은 유인원도 사람처럼 2년 이상 심지어는 수십 년 전에 헤어진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동물의 사회적 기억으로는 가장 오래 지속된 사례이다. 26년은 유인원 평균수명 40~60년의 절반으로, 헤어지고 길게는 48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진 인간의 사회적 기억과 비슷하다. 인간과 침팬지, 보노보의 장기기억이 900만~600만 년 전 살던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사람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라고 생각해왔다. 침팬지와 보노보도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을 제기한다.

https://doi.org/10.1073/pnas.2304903120


동물로부터 진화하여 유인원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스스로를 성찰한다. 그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의 뇌는 ‘자아’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뇌!)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의식을 가질 수 있는 뇌 구조를 가진 동물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척추동물, 곤충 등 절지동물, 그리고 문어를 포함한 두족류도 의식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의식’의 수준은 천차만별로 다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돼지도 공감을 하고 개보다 지능이 높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