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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간의 기원』: 양자역학과 다세계 해석



양자역학의 제1원리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가 주장한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이다. 이 원리에 의하면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불확정성은 정보가 부족해서 생기는 오차가 아니라, 자연의 원리 단계에 내재되어 있는 태생적 오차다. 바로 이 원리 때문에 물리계에서 추출 가능한 정보의 양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입자의 위치를 측정하려면 빛을 비추거나 레이저 포인트를 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입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보어는 이 영향이 입자의 파동함수를 붕괴시켜서 단 하나의 값만 남는다고 했다. 보어가 제시한 해석의 문제점은 파동함수의 갑작스러운 붕괴가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과 완전히 상충된다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방정식에 따라 변하는 파동함수는 갑자기 붕괴되지 않고 항상 매끄럽게 변한다. 그러므로 보어는 관측자에게 특별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양자이론의 수학과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해석을 내린 셈이다.


이 난처한 상황은 양자이론의 수학과 관측자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한 새로운 가설이 등장하면서 해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합의 길을 처음 제시한 주인공은 휴 에버렛 3세(Hugh Everett III)이었다. 양자적 미시세계와 고전적 거시 세계 사이에 보어가 세웠던 견고한 벽을 허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대의 물리학자들은 에버렛의 제안을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크게 실망한 에버렛은 자신의 동료들을 갈릴레이 시대의 반 코페르니쿠스주의자에 비유하면서 학계를 영원히 떠나버렸다. 그는 박사과정을 마친 후 방위산업으로 진출했다. 그의 가설이 양자역학의 다중세계 해석(many world interpretatio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원래는 ‘물리계는 여러 개의 가능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으나, 제목 때문에 본래의 취지가 많이 왜곡되었다. 그의 이론은 호킹의 연구팀을 비롯하여 수많은 물리학자가 추구하는 양자우주론이 토대가 되었다.


에버렛의 가설은 슈뢰딩거 방정식에 근거하고 있어 수학적으로 아주 우아하다. 인간의 의식과 인간이 행하는 실험 및 관측은 이론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 그것은 양자역학적 환경의 일부일 뿐이어서, 근본적으로 공기 분자나 광자와 동일하게 취급해도 무방하다. 그의 가설에 의하면 슈뢰딩거 고양이와 방사성 물질의 운명이 얽힌 실험에서 우주의 미래는 두 갈래로 갈라진다. 그 중 하나는 방사성 물질이 주어진 시간 안에 붕괴되어 고양이가 죽은 우주이고, 다른 하나는 방사성 물질이 붕괴되지 않아서 고양이가 살아있는 우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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