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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얼마나 혼란을 겪어야 알 수 있을까?

갑자기 잘 웃고, 부쩍 활기를 띠며, 의욕적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도파민이 그를 들뜨게 한 것이다. 연애 초기에 많이 분비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분비량은 차츰 줄어들고, 대신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한다. 뇌의 입장에서 보자면 뇌를 좀 더 안정화시키고자 하는 속성이다(브레인미디어, 2014.3.26.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편집).


사랑은 갑자기 찾아오지만 이별은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별의 서막은 서서히 다가온다. 그 변화는 스스로도 알고 상대방도 느끼기 시작한다. 때로는 속기도 한다. 감정의 변화는 사용하는 언어에 금방 나타난다. 최대 3개월 전부터 사용하는 단어가 변한다. 특히 ‘나’, ‘우리’라는 단어에서 큰 변화가 나타난다. ‘우리’는 연인으로서 정체성을 언급할 때 사용된다. 이별의 방황이 닥쳐오면 ‘우리’라는 단어의 의미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랑이 지나가면서 우리에서 나로 중심이 바뀌면서 ‘나’를 많이 사용한다. ‘나’라는 단어를 많이 쓰기 시작하면 이별은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연인이 ‘나’라는 말을 많이 쓰기 시작하면 준비를 할 때이다.


2001년 영화 「봄날은 간다」에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헤어지자.”라는 대사가 나온다. 사랑은 식어 변한다. ‘다른’ 사랑이나 이별로. 결혼하면 인간애로 남지만 그것도 막을 내리기도 한다. 특히 자녀의 해외 유학 뒷바라지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아빠들의 이혼이 많다. 떨어져 지내던 기러기 아빠가 다른 여성과 불륜행각 끝에 혼인관계가 파탄이 났다며 이혼 소송을 내기도 한다. 외국으로 유학 간 딸을 따라간 아내가 장기간 귀국하지 않아 이혼하는 경우도 많다.


‘기러기’ 부부가 이혼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도 설명된다. 유대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은 사랑을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미국에 서식하는 프레리라는 들쥐(Prairie vole)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짝을 이루고 새끼를 함께 키우고, 파트너를 잃으면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이 들쥐가 짝을 만날 때면 도파민이 다량 분비되며 접촉하고 냄새를 맡는 행동을 하고 그러한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 그러나 낯선 쥐가 보면 도파민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그러나 짝이라도 4주 동안 간 떨어져 있게 한 다음 만나면 서로를 기억은 했지만 도파민은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수명이 1년 내외밖에 안되므로 인간으로 치면 6년 만에 만나면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이다. 들쥐는 사람과는 다르지만 시사점이 있다. 안보면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은 사실이다. 어쩌면 사랑은 보는 것이다.

https://doi.org/10.1016/j.cub.2023.12.041


“모든 사람이 원하는 유일한 강박, 그게 사랑이에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완전해진다고 생각하지요. 영혼의 플라톤적 결합? 내 생각은 달라요. 나는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완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부숴버린다고. 완전했다가 금이 가 깨지는 거예요.” 필립 로스(Philip M. Roth, 1933~2018)의『죽어가는 짐승』에 나오는 말이다. 살다보면 멋진 남자나 아름다운 여자에게 대책 없이 심장이 뛴다. 그리고는 다시 부서진다. 멀리서 볼 때는 ‘맑게’ 보였지만 다가갈수록 ‘흠집’이 무수히 난 것을 무수히 경험한다. 얼마를 더 혼란을 겪어야 할지도 알 수 없다(내 사랑이 낯설어질 때, 2017.11.18. 심영섭 영화평론가. 편집). 그것이 인간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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