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면 뇌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Dopamine)은 첫 번째 호르몬으로 호감을 느꼈을 때 분비된다. 아드레날린(Adrenalin)은 훨씬 강력하여 ‘작업’을 시작하거나 또는 ‘적극적인’ 접근을 할 때 분비된다. 그 또는 그녀와 있으면 피로를 잊고 얼굴을 빨개진다.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PEA)은 더 강한 호르몬으로 애착 내지 집착을 낳는다. 여자 집 앞에서 밤새 기다리거나 끊임없이 전화를 하게 만든다. 중독성이 있어 오래 분비되나 내성이 생겨 싫증을 내게 한다. 사랑의 유통 기한이 18개월이라는 말은 바로 이 호르몬에서 나온다. ‘사랑 호르몬’ 페닐에틸아민과 옥시토신은 뇌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너무 많이, 너무 오래 나오면 피곤해지고 사랑이 식어간다. 18개월 되는 시점이 많이 헤어진다. 그러나 페닐에틸아민 대신 도파민을 분비해 서로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한다. 서로에 대한 지나친 욕망을 자제하고, 취미 생활, 지적 능력 개발 등 건전한 생활을 영위한다면 자신에 대한 자긍심도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도파민에 의해 지속적인 연애 활동이 가능하다.
이러한 뇌와 호르몬에 의한 사랑의 설명은 실제로도 확인된다. 약혼 또는 결혼한 남녀는 그 사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진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결혼초기에는 여자의 사랑이 더 강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자가 남자보다 사랑이 더 빨리 식는다. 3년 이상 된 여자는 2년 미만일 때보다 60% 떨어진다. 반면 남자는 불과 0.4%밖에 안 떨어져 차이가 거의 없었다. 약혼·결혼생활이 오래된 여자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 설레는 사랑(excited love)의 감정이 80% 가까이 줄었다. 반면 남성은 그 감소폭이 30%로 훨씬 작았다. 그 원인은 추정해볼 수 있다.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여자는 집안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반면, 남자는 휴식, 수면, 낮잠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아기가 탄생하면 여자는 자녀에게 사랑이 집중한다. 그러나 결혼한 지 약 7년이 지나면 부부 모두 사랑을 느끼는 빈도가 거의 같다. 비록 낭만적인 열정과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라지지만 지속된다.
https://doi.org/10.1177/09567976231211267
2001년 영화 「봄날은 간다」에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헤어지자.”라는 대사가 나온다. 사랑은 식어 변한다. ‘다른’ 사랑이나 이별로. 결혼하면 인간애로 남으며 사랑의 변화가 잘못되면 이별로 막을 내린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유일한 강박, 그게 사랑이에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완전해진다고 생각하지요. 영혼의 플라톤적 결합? 내 생각은 달라요. 나는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완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부숴버린다고. 완전했다가 금이 가 깨지는 거예요.” 필립 로스(Philip M. Roth, 1933~2018)의『죽어가는 짐승』에 나오는 말이다. 살다보면 멋진 남자나 아름다운 여자에게 대책 없이 심장이 뛴다. 그리고는 다시 부서진다. 멀리서 볼 때는 ‘맑게’ 보였지만 다가갈수록 ‘흠집’이 무수히 난 것을 무수히 경험한다. 얼마를 더 혼란을 겪어야 할지도 알 수 없다(내 사랑이 낯설어질 때, 2017.11.18. 심영섭 영화평론가. 편집). 그것이 인간의 사랑이다.
“어느 나이에도 사랑에는 당할 자 없지만 젊고 순결한 가슴에 사랑의 충동은 은혜로운 것, 봄날의 폭우가 들판에 양분을 주듯, 열정의 비를 맞으며 청춘은 힘을 얻고 되살아나고 여물어 간다. 그리고 왕성한 생명력은 화려한 꽃과 달콤한 열매를 맺게 한다. 그러나 늙고 무력해져 우리 인생의 전기를 맞으면 죽어버린 정열의 흔적이 서글프다. 스산한 가을 폭풍이 초원을 수렁으로 바꾸고 사방의 숲을 벌거벗기듯이.”(알렉산드르 푸시킨 『예브게니 오네긴』7장) 젊은 시절엔 사랑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힘든 인생을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사랑은 어떤 나이에도 찾아오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