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로부스타(Coffea canephora)와 아라비카(Coffea arabica) 두 종이다. 특히 아라비카 원두는 품종마다 고유의 맛과 향을 내 전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두루 사랑받고 있다. 에티오피아 산 커피는 라즈베리처럼 시큼한 맛이 나는 한편, 과테말라 산 커피는 누룽지처럼 구수한 맛이 난다. 나는 신맛이 나는 야채나 과일을 좋아하지만 커피만큼은 다르다. 구수한 맛이 나는 과테말라 커피를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에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매년 353잔의 커피를 마셔 전 세계 사람들이 마시는 평균보다 3배를 마신다. 우리나라 사람이 특별히 커피를 줄길 리가 없다면 아마도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일지 모른다. 커피는 맛도 맛이지만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진다. 꼭 진한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없으면 뇌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커피가 떨어져서 마시지 못하면 지능이 100 이하로 떨어지는 것 같다. 내가 먹는 코피는 구수한 맛에 아주 쓴 그것도 차가운 커피이다. 오래 먹다보니 아주 까다로워 졌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것은 아주 드물다. 코피 맛의 차이가 나는 원인이 밝혀졌다.
로부스타는 염색체가 1쌍으로 된 이배체이지만 아라비카 커피는 이보다 많은 다수체로 밝혀졌다. 이런 이유로 아라비카 커피는 다른 품종과 교배가 잘 일어나지 않았다. 즉, 아라비카 커피 품종은 각자 긴 세월 동안 꾸준한 속도로 돌연변이가 자연발생하면서 고유의 맛과 향을 갖게 된 셈이다. 에티오피아 산 커피 원두와 과테말라 산 커피 원두를 동일한 방법으로 로스팅 하고 분쇄해 커피를 내리더라도 그 맛과 향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모든 아라비카 커피 품종들은 유전적으로 거의 유사하다. 아라비카 커피 품종마다 서로 다른 맛과 향을 내는 것은 유전자의 차이가 아니라 염색체 상 돌연변이로 인해 품종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낸다. 개별 유전자의 차이가 아닌, 염색체의 대대적인 교환이나 삭제, 재배열로 인해 염기서열이 바뀐 결과 품종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갖게 됐다. 예를 들어 ‘버번’이라고 부르는 품종은 염색체에서 커다란 염기서열이 누락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것은 염색체 하나 전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44449-8#citeas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커피에 중독되게 만드는 유전자도 있다. 커피선호가 선천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커피는 친자연적이지 않은 것 같다. 산에 가면 커피가 맛이 없다. 특히 히말라야에 가면 커피보다는 짜이라는 차가 그렇게 맛있다. 가보면 안다. 특히 파키스탄 북부 히말라야처럼 황무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맛있던 차도 서울에 와서 마시면 맛이 없다. 파키스탄 쪽 히말라야는 황무지이고 로지도 거의 없어 산 중에서 자야한다. 화장실도 별도로 없다. 널따란 황야에서 저 멀리 바위 뒤에서 일을 본다. 해발 5000미터 높이의 화장실은 청정하다. 특히 밤이라면 하늘에 별이 수도 없이 반짝이고 앞에서 6천 미터가 넘는 설산이 반짝인다. 하얀 산은 검은 커피를 거부한다. 히말라야 황무지를 닮은 회색빛이 나는 하얀 짜이 차가 그립다. 워낙 낮에 덥고 밤에는 춥고 자외선이 강해 세균도 없다. 같은 옷을 한 달 이상 입어도 냄새도 나지 않는다. 더럽지만 2000년대 초반에 파키스탄 히말라야 갔을 때 한 달 반을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그래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하루만 입어도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