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간한 책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하면서 올리는 글입니다.
인간의 머리뼈(두개골)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해준다. 머리뼈의 안(뇌실 腦室, ventricle)에는 액체인 뇌척수 액(腦脊髓液, cerebrospinal fluid, CSF)이 있어 뇌를 보호한다. 또한, 뇌척수 액은 뇌를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운동을 많이 하면 피로를 느끼듯이 머리를 많이 쓰면 피곤해진다. 근육에 피로 물질이 쌓이듯 뇌에도 피로 물질인 노폐물이 쌓인다. 뇌에 쌓이는 노폐물에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등이 있다. 이렇게 쌓이는 노폐물은 뇌척수 액에 의하여 제거된다. 즉 잠을 자는 동안 뇌척수 액이 뇌의 노폐물을 청소하는데, 이를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고 부른다.
잠을 푹 자서 노폐물을 빼는 것은 컴퓨터를 최적화시키는 것과 거의 같다. 뇌의 기능을 최적화한 상태인 ‘임계’를 유지하기 위해 잠을 자서 뇌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임계(set point) 개념은 1987년 물리학에서 나왔다. 평평한 바닥에 모래알을 떨어뜨리면 모래 언덕이 생기고 조금씩 무너지다가 더미가 커지면 안정된 임계 상태가 되는 것을 연구한 것이다. 물리학에서 임계는 복잡한 체계가 한계에 이르는 시점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물리현상은 뇌에도 나타난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면 뇌의 신경세포 활동이 급격하게 활성화되었다가 서서히 기능이 떨어진다. 뇌 활동(신경세포 활동량)이 줄어들면 잠을 자서 지쳐버린 뇌의 기능을 재설정한다. 컴퓨터를 최적화시키지 않으면 기능이 떨어지고 오류가 발생하고 고장 나듯이, 잠을 못 자면 피곤하기만 할 뿐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 수면의 핵심은 뇌의 상태를 재설정해 ‘임계’를 달성하는 것이다.
잠을 자는 것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다. 잠을 자는 동안 뇌척수 액으로 뇌를 ‘청소’하여 하루 동일 뇌로 들어온 정보를 정리한다. 인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새도 사람처럼 잠을 자면서 꿈을 꾸고, 뇌의 노폐물을 씻어낸다. 새들의 수면 패턴은 렘수면 단계와 비 렘수면 단계 모두 포유류의 패턴과 매우 유사하다. 새의 뇌는 포유류보다 뉴런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뇌의 노폐물을 더 자주 제거해줘야 한다. 새가 포유류보다 수면 중 렘수면 단계가 더 짧고 비 렘수면 단계가 더 긴 이유이다. 쥐도 이러한 청소기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불필요한 기억을 삭제하지 못하고 배운 것이 헐겁게 연결되어 학습효과가 떨어진다.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수영을 해야 하는데 역방향으로 수영을 하여 고생만 하는 셈이다. 따라서 미련 없이 푹 자고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