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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만 년 전 소행성충돌로 탄생한 인간과 꽃 피는 세상



Although the chance of a disaster to planet Earth in a given year may be quite low, it adds up over time, and becomes a near certainty in the next thousand or ten thousand years. By that time we should have spread out into space, and to other stars, so a disaster on Earth would not mean the end of the human race. However, we will not establish self-sustaining colonies in space for at least the next hundred years, so we have to be very careful in this period.”


스티븐 호킹 BBC 인터뷰에서


1980년 미국의 물리학자 루이스 앨버레즈와 지질학자 월터 앨버레즈 부자(父子)는 논문을 발표했다. “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것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10년쯤 지나 멕시코 유카탄반도 북쪽에 있는 거대한 구덩이(멕시코 칙술루브 충돌구. Chicxulub crater)가 외계 물체와 부딪혀 생긴 충돌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6500만 년 전 지름 2.6~2.8㎞짜리 소행성이 충돌한 증거이다. 이정도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지면 온도가 태양 표면의 10배 정도인 6만도까지 치솟고 연쇄지진, 화산폭발, 해일, 화재로 하루 만에 십억 명 이상이 죽을 수 있다.


이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벨트에서 온 것이라는 가설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다른 가설도 있다. 2021년 태양계 끝에 있는 오르트 구름에서 온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쪼개진 파편이 충돌한 것이라는 가설이다. 지구에서 발견된 ‘칙술루브’ 정도의 충돌구들이 탄소화합물을 많이 포함한 탄소질 콘드라이트(C-콘드라이트) 충돌체가 충돌했을 때의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소행성보다는 혜성 파편 충돌 가설을 뒷받침한다. 장주기 혜성은 대부분 탄소질 콘드라이트 성분을 갖고 있는 반면 소행성 벨트의 소행성은 약 10분의 1만 이런 성분을 갖고 있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 끝을 둘러싸고 있다. 태양을 공전하는데 200년 이상이 걸리는 장주기 혜성은 여기서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혜성은 목성의 중력으로 태양 쪽으로 밀려와서 태양을 스쳐 지나간다. 이 때 혜성이 태양에 가까운 부분과 먼 곳의 중력이 차이가 나서 파편으로 나누어진다. 태양으로 끌려오는 혜성의 약 20%가 이러한 일을 겪는다. 이렇게 파편화하면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10배가량 더 높아진다. 이러한 논문을 발표한 아미르 시라즈(Amir Siraj)는 뉴잉글랜드음악원 피아노 석사 과정과 하버드대학 천체물리학 학사 및 석사과정을 동시에 밟고 있는 특이한 사람이다. 박사과정도 아닌 석사과정 학생이다. 우주의 혜성이나 소행성은 결코 우리와 관계없는 저 먼 곳이 아니다. 우리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이 과학이 하는 일이다. 


이렇게 엄청난 충돌이 발생하여 공룡이 멸종하고 조류와 포유류가 약진하였다. 과거 과학자들은 공룡이 중생대 말에 모두 멸종했다고 보았다. 하지만 깃털 공룡이 발견되고 수각 류 공룡과 조류의 연결 고리가 밝혀지면서 비 조류 공룡(non-avian dinosaur)만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여러 학술지에는 공룡이 멸종하고 1천만~1천500만년 동안 조류의 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빅뱅’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조류 48종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조류도 소행성 충돌에서 단 몇 계통만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1만종이 넘는 지구상 조류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집단으로 진화했다. 지구에서 살고 있는 새나 포유류도 6천만 년 전의 대충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다.


지구를 강타한 소행성 또는 혜성의 파편이 지구 생물을 대부분 멸종시켰다. 하지만 살아남은 종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대진화를 이루어 조류와 포유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인간이 나타났다. 우주의 움직임과 인간의 탄생은 이렇게 연결된다. 물리학자 루이스 앨버레즈와 지질학자 월터 앨버레즈 부자(父子)와 음악과 물리학을 전공하는 아미르 시라즈(Amir Siraj)가 탄생하여 지구를 강타한 소행성과 혜성을 연구하고 있다. 아이러니이다. 하지만 다시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한다면 인류는 멸종할 수 있다. 새로운 종이 나타나 멸종한 인간을 연구할지 모를 일이다.


약 6600만 년 전 남아메리카는 덥고 습했다. 당시에도 속씨식물이 살았지만 겉씨식물과 양치류가 많았다. 침엽수가 많았고 카우리 소나무계통의 침엽수가 주요 수종을 이뤘다. 침엽수가 많아 하늘을 가려 빛이 비칠 수 있는 캐노피(Canopy, 숲 나뭇가지들이 지붕 모양으로 우거진 상태) 밀도가 낮았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멸종 이후 침엽수는 많이 사라지고 꽃 피는 속씨식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잎이 넓은 상록활엽수와 관목, 초본 식물 등이 크게 번식하고, 그늘이 생기면서 여러 형태의 음지 및 반 음지 식물이 자리 잡았다. 그리하여 지금의 열대우림처럼 다양한 식물이 나타났다. 열대우림 생태계는 급격한 교란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오랜 시간 생태계들이 교체되는 과정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2/6537/63


봄이 오면 온갖 색으로 형형색색 피는 꽃들도 대충돌로 탄생한 것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 긴긴 세월의 역사가 새겨진 곳이다. 그것을 기억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대충돌로 탄생한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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