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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시 학교 전공 학점이 중요하지 않다

종업원을 채용할 때 다양한 사람을 채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임직원을 채용할 때 전문성을 고려하여 특정학과 출신을 선호한다. 물론 업무에 따라 특정 전공자나 박사급 인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다양성은 이득이 된다는 점이다. 다양한 전공의 다양한 임직원을 채용하여 다양성이 높은 집단은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문제해결에 접근하여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영학이나 공대출신 위주로 뽑는다. 당장 ‘써먹을’ 사람을 찾는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내에는 수십 개의 ‘칼리지(College)’가 있다. 각 칼리지는 전공별로 분류되지 않고, 논리학, 문법, 천문학, 기하학, 음악, 수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골고루 배운다. 교수들도 전공을 넘나드는 석학들이 수두룩하다. 미국의 아나폴리스와 샌타페이의 두 캠퍼스를 운영하는 세인트존스대학(St. John’s College)도 이런 전통을 지키고 있다. 고전학, 역사, 미술사, 철학과 같은 몇 가지 대표 영역의 교수들이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토론하는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인문학 중심의 특성화된 교육 시스템으로 다양한 분야로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대학의 교과과정을 세부 전공으로 갈라놓고 보니 세상에 대한 통찰이 없는 평범한 기술자만 배출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미국의 80만 개 레스토랑에 유니폼을 공급하는 신타스(Cintas)는 ‘포천 500’에 등재된 기업이다. 창업자의 아들이자 CEO 리처드 파머는 모교인 마이애미대학 경영대학을 방문해 “왜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나? 우리는 경영학 전공자를 원하지 않는다. 경영은 회사에서, 그것도 월급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생각하는 사람을 원한다.”라며 의미 있는 농담을 했다(조선일보, 2024.1.6.). 다시 말해 다양한 전공자를 뽑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은 지나치게 학점 위주로 뽑는 관행이다.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채용 후 몇 년이 지나면 학교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글로벌’ 기업 구글은 업무 전문성은 중시하지 않는다. 같은 전공 같은 주제나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전문가는 창조성과 문제해결능력에서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생각을 하고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능력이 요구된다. 리더십도 중요한 기준이다. 그 누구도 해결할 의지가 없을 때 창조적으로 개척해가는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인 베어스턴스(Bear Stearns)는 과거 ‘PSD’ 학위를 가진 사람을 뽑았다. PSD란 가난하지만 똑똑하고 부자가 되고자 하는 강한 열망(Poor, Smart and Deep desire to become rich)을 지닌 사람을 뜻한다. 그들은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하지만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은 그 충실도가 약하다는 경험에서 나온 발상인 것 같다.


좋은 대학, 좋은 학점이 건강, 통찰력, 도전정신, 문제해결능력, 성실성과 어느 정도 관련성은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학력이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은 이것을 어느 정도 담보하기는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일뿐이다. 천재는 단지 수학을 잘 풀고 과학을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통찰력과 상상력 그리고 문제해결능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과학을 발견할 수 있느냐이다. 기업도 실질적으로 자기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가지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지능이 뛰어난 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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