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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에 필요한 자폐증과 주의력결핍 과다활동장애


자폐증(Autism spectrum disorders)은 사회성 발달 장애이다. 자폐증은 1943년 리오 캐너(Leo Kanner)가 처음 제안했다. 고립되어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면서 만족한 삶을 산다는 의미에서 자폐증(autism)이라고 불렀다. 그는 성장환경이 자폐증의 원인으로 보아 부모의 양육법이 자폐증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 1906~1980)는 과학과 수학에 뛰어난 자폐증을 아스퍼거스 자폐증이라고 명명했다.


세계적으로 약 1%의 사람이 자폐증 환자로 추정되고 남성 자폐증 환자는 여성 자폐증 환자보다 4배 이상 많다. 그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 2013년 제안된 여성 방어 효과(Female protective effect)이다. 자폐증과 관련된 변이가 축적되는 경우 여자는 훨씬 더 심각한 변이가 축적되어야만 발병하여 시점 차이가 나서 자폐증 발병률에 대한 성별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폐증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서로 다른 발달장애이지만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행동, 사회성 결핍 등 공통된 증상이 적지 않다. 자폐증(ASD)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유전자(Microtubule-Associated Protein 1A, MAP1A) 변이를 공유한다. 이 유전자는 뇌 신경세포 내부의 물리적 구조인 골격(skeleton)의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이다. 이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이들 장애발생 가능성이 15배 이상 높다.


자폐증, 난독증상이나 주의력결핍 과다활동장애 증상이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기여해온 자연발생적 인지적 변이로 봐야한다는 생각이 나왔다. 자폐증환자 중에는 천재적인 학자도 많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Systems, Applications, and Products in Data Processing)는 수천 명의 자폐증 직원을 고용하여 이들의 탁월한 문제해결 능력과 집중력으로 회사경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도 진화과정에서 이점이 있었다. 이 증상은 전전두엽 발달이 늦어 충동성과 산만함, 주의력 저하 등이 나타나는 발달장애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어린이의 약 5%, 성인의 2.5%,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전 인구의 8.1%로 보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작위 돌연변이로 일어나는 것에 비해 예상보다 많다. 생존에 불리하다면 점점 줄어드는 쪽으로 진화했을 텐데 오히려 광범위하게 퍼졌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유리했을 수 있음이 밝혀졌다. 유목생활을 하고 탐험을 하며 채집과 사냥을 했던 초기 인류에게는 산만함과 충동성이 유리했을 것이라는 실험 결과이다. 한 곳에서 식량이 고갈되기 전에 신속하게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주 안정적인 환경에서 현대인이 살아 장애로 분류되지만, 사냥, 수렵, 채집을 해야 했던 시절에는 생존에 유리했다.

https://doi.org/10.1098/rspb.2022.2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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