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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蛇足)'으로 보는 뱀의 '역' 진화

2억5천 년 전 대멸종 이후 파충류와 뱀도 등장하여 번창했다. 이들과 인간의 인연도 오래된 셈이다. 인룡 상목(Lepidosauria)은 뱀과 도마뱀 등을 말한다. 뱀이나 도마뱀처럼 비늘이 있는 파충류(squamate)와 도마뱀(rhynchocephalian) 등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 진화해 왔다. 현재 1만여 종이 넘는다. 인룡 상목은 중생대 초기인 약 2억5천만 년 전에 처음 등장했다. 


비늘이 있는 파충류는 진화가 빨리 진행되어 종의 분화가 많이 이루어지며 번성하였고, 도마뱀은 진화가 느려 한 종만 살아남게 된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약 6천6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할 때 인룡 상목도 큰 타격을 받았지만 비늘 파충류는 다시 회복하였지만 빠르게 진화했던 도마뱀 종들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미국 고생물학자 조지 심슨(George G. Simpson)의 1944년 저서『Tempo and Mode in Evolution』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종은 상당수가 불안정한 그룹에 속한다고 제시한 논쟁적 주장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느리게 진화하는 종이 멸종도 느릴 수 있으며, 우화 속의 느리지만 꾸준한 거북처럼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뱀은 초기부터 진화가 빠르게 일어났다. 도마뱀보다 3~5배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 머리는 먹이를 잘 잡고 삼킬 수 있도록 유연해졌고 독을 만들었다. 후각은 뛰어나졌고 적외선과 열 센서로 먹이를 잘 탐지한다. 다리가 없어 물속에서 이동할 수 있고 나무로도 쉽게 올라간다. 지구의 거의 모든 서식지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사족(蛇足)은 뱀을 그리다가 다리까지 그려 넣어 내기에서 지게 됐다는 화사첨족(畵蛇添足)에서 나온 말이다. 뱀은 1억2000만 년 전 처음 등장했다. 초기 뱀은 팔다리가 있었고 8500만 년 전 최초로 사지가 사라진 뱀이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다리는 적어도 1억7천만 년 전에 사라졌지만, 뒷다리는 짧아도 제 기능을 하며 더 지속한 것이다. 


뱀은 다리가 없어지는 ‘역’ 진화가 일어났다. 생명이 왜 굳이 복잡한 다세포생물로, 식물에서 동물로 인간으로 진화하여야만 하는가. 그 질문에 관한 과학자의 설명은 무엇일까. 우리 인간은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발견을 해내고 문명을 나름대로 ‘진화’시키고 있다. 왜일까. 과학자들의 설명은 ‘모른다.’이다. 그냥 그렇다는 설명이다. 복잡성이 특별히 진화 면에서 유리한 것도 아니다. 사실 어떤 경우에는 생명이 오히려 더 단순한 형태로 변화되었다. 뱀은 다리가 없어졌고, 두더지는 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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