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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샤머니즘처럼 복 달라는 기도

“만일 신이 모든 사람의 기도를 들어준다면, 모든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다. 모두 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위해 기도하기 때문이다(에피쿠로스)”. 하버드 대학 의대 연구진이 수년에 걸친 노력 끝에 2006년 발표한 벤슨 연구는 타인을 위해 대신 기도해주는 중보기도의 효과에 관한 연구이다. 심장수술 환자의 회복을 위한 중보기도가 효력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일부 경우엔 수술 후 합병증이 작지만 오히려 측정가능한 정도로 증가했다고 밝혔다(월스트리트 저널, 2015.5. 다니엘 데넷, 미국 터프츠대 인지연구센터 공동소장 편집).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다. 어떤 사람이 예배당으로 인도되었다. 그것에서 그는 신에게 기도를 올린 덕분에 난파선에서 무사히 탈출한 선원들을 그린 그림을 보았다. 그 그림이 신의 힘을 증명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꾸했다. “옳습니다. 하지만 기도를 올린 뒤에 익사한 사람들은 어디 그려져 있습니까?”


영국의 저명한 종교인 과학자 러셀 스태너드(Russell Stannard)는 240만 달러의 템플턴 재단의 후원으로 기도가 병의 회복을 돕는다는 주장을 실험으로 입증하려 했다. 연구진은 병원 여섯 곳에 1802명의 환자를 조사했다. 환자들은 세 집단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집단은 기도를 받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도록 했다. 두 번째 집단은 기도를 받지 않았고 그 사실을 모르도록 했다. 세 번째 집단은 기도를 받았고 그 사실을 알도록 했다. 2006년에 연구결과는 발표되었다. 기도를 받은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 사시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자신이 기도를 받았다는 사실을 안 세 번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심한 합병증에 시달렸다.


어떤 경우든지 간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기도가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인의 82%는 기도를 통해 중병에서 나을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73%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기도가 병을 낫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강원용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 신자들이 기도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무당 샤머니즘처럼 복을 달라고 빈다. 기독교의 기도는 그런 게 아니다.” 그는 프랑스 시골 마을 테제에서 경험한 테제공동체의 기도를 예로 들었다. “거기서는 기도를 이렇게 합니다. 오 주여, 내게 오시옵소서.” 이어서 기도는 이런 거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저 사람들을 위해서 살 수 있습니까. 내가 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사랑’입이다. 강원용 목사는 그 사랑을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에너지, 그게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성경』은 온통 사랑 이야기다.”(중앙일보, 202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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