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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과 소아청소년 우울증과 자살

어린이날과 소아청소년 우울증과 자살


이것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하고 있는 글입니다.


조선왕조 5백 년은 유교와 성리학을 기초로 과거시험을 시행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과거제도는 어느 정도 교육을 장려했고 능력 있는 사람을 등용하는 ‘좋은’ 제도였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하였고 교육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필자도 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로부터 천자문을 배운 기억이 난다. 동아시아의 과거시험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입시 공부의 강도가 워낙 세다 보니 학업 성취도 단기적으로는 높다. 그러나 시키는 공부는 잘하지만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독서 율이 세계 최악이라는 통계가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기초 과학이나 인문 교양 등 공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외면한다. 동아시아는 유교와 과거제도를 이어받은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논어』의 첫 번째 구절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이 말에 동의하는 청소년이 얼마나 될까?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괴롭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苦乎)”라고 반문할 것이다. 학습은 자기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배우고 즐기는 것이다. 이 단순한 명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아이들의 학습은 고통만 남는다. 현실이 그렇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오래 전 ‘옛날’에는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아이들에게는 용돈도 두둑이 받고 노는 즐거운 날 중의 하나였다. 지금은 일 년에 단 하루 있는 어린이 ‘가석방일’이다. 가석방일이 만료되면 다시 학원에 갇힌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더 오래 전 옛날 1762년에 출간된 장 자크 루소의 저서『에밀』에는 ‘미래 행복’을 위해 하는 교육은 ‘야만’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인류대학’ 입학이라는 ‘행복(?)’을 위한 교육을 야만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입시이기 때문이다. OECD 국가별 교육평가에서 한국은 교육에는 관심 없고 입시에만 집중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공부 잘하는 자식을 ‘명품’으로 과시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부모의 과욕으로 아이는 ‘감옥’에서 산다. 중학교 쯤 다니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학교 가고 싶어?” “아니요!” 일부 아이들은 끝에 “ㅆ…” 같은 욕도 한다. 2024년 어린이날은 2023년에 이어 2년째 비가 왔다.


이건 행복지수에도 나타난다. 누구나 언제나는 듣는 얘기지만 우리나라 9~17세 아동과 청소년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6.57점(10만 만점)으로 OECD 27개국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우울증 발생비율이 36.8%로 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경제협력기구는 한국의 자살률이 급등하는 이유는 우울증의 치료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의 60~70%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인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청소년의 우울증은 ‘숨겨져’ 있고 부모들은 자녀가 정신과를 가는 것을 꺼려한다. 자녀의 우울증에 무지하니 청소년 자살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자살율도 세계 1위이다. 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이 청소년 사망원인 1위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꽤 오래전 일이다. 10대 청소년 자살 동기는 대부분 ‘정신적’ 어려움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아이가 ‘헬조선’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다. 신문과 인터넷 뉴스에 흔히 나오는 기사이다. 오랫동안 이런 기사에 접한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소아와 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유병률은 16.1%(소아 14.3%·청소년 18.0%)이고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는 7.1%(소아 4.7%·청소년 9.5%)는 당장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이 시급하다. 정신장애 평생유병률은 현재와 과거에 어느 한 시점이라도 정신장애 진단을 충족한 경우를 의미한다. 특히, 청소년의 1.9%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고 1.7%는 자해 경험이 있다. 반면,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매우 낮다. 평생 한 번이라도 정신장애를 경험한 소아·청소년 중 1년간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4.3%(소아 4.7%·청소년 4.0%)에 불과하다. 평생 서비스 이용비율마저 전체 6.6%(소아 7.8%·청소년 5.6%)로 나타났다.


2022년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자해를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온 사람이 4만3000여명(남성 1만5675건, 여성 2만7593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10~20대로 최근 5년 동안 50~70%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20대에서 190.8건, 10대에서 160.5건, 30대에서 91.5건 순이었다. 남자는 80대 이상에서 125.9건, 20대 105.4건, 10대 69.1건이었다. 자해·자살을 시도한 10대는 2018년 인구 10만 명당 95.0건에서 2022년 160.5건으로 5년 만에 68.9%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는 127.6건에서 190.8건으로 49.5% 뛰었다. 이 기간 전체 자해·자살 시도자 증가율 11.8%를 뛰어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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