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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우연성

인간의 도구사용 환경변화에 따른 ‘부수적’ 결과


수백만 년 전 인간의 초기 조상은 1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체구였다. 늑대나 호랑이처럼 빠르지도 강한 이빨을 가지지도 못해 싸움에 약했다. 먹이를 사냥하기 위하여 힘을 합치고 기술을 써서 사냥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사냥도구를 만들고 길들인 개도 이용해야 했다. 이를 위해 머리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사냥을 위해 도구를 사용하며 협력을 하면서 머리가 좋아지고 언어가 발달하였다. 이것을 ‘인간 사냥꾼’ 가설이라고 한다. 


초기의 인간은 다른 동물이 먹다 남은 고기를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작은 체구로 도구만으로 사냥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맹수가 먹다 남은 고기를 늑대나 독수리가 먹듯이 인간도 자연 속의 동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맹수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마지막으로 남은 뼈 속의 골수나 뇌를 먹었을 가능성도 크다. 단단한 뼈 속의 것을 먹으려면 도구를 사용해야 했다. 그것도 석기의 발달을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도구가 발달하고 머리가 좋아진 것은 자연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환경변화에 따라 먹을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했고 다양한 방법으로 식량을 찾다보니 도구도 개발되었다. 도구를 사용하면서 인간의 뇌는 더 발달했고, 풍부한 식량으로 에너지 섭취가 늘어나면서 뇌도 커지고 지능도 발달하는 시너지효과도 나타났다. 


오늘날에도 환경변화에 따라 생존을 위하여 동물들도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관찰된다. 해달은 물위에 떠서 배영 자세로 배 위에 돌을 올려놓고 조개 등을 깨뜨려 먹는다. 캘리포니아 중부 연안은 전복과 성게 같은 먹이가 점차 감소하면서 해달은 게, 조개, 홍합, 바다 달팽이 등을 더 많이 먹는다. 그러나 껍질이 딱딱한 먹이는 이빨을 훼손할 수 있어 생존에 불리하다. 따라서 도구를 사용하는 해달이 더 다양하고 큰 먹이를 골고루 먹고 이빨 손상도 적다. 특히 암컷 수달은 수컷보다 도구를 더 사용했고, 도구를 사용하는 수컷에 비해 최대 35% 더 단단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다. 새끼를 기르기 때문에 도구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돌고래와 침팬지 등도 암컷이 수컷보다 도구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도구 사용 방법을 새끼에게 물려준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j6608


태국 파타야 부근 코페드 섬에는 원숭이(마카크 원숭이)가 산다. 마카크 원숭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사는 긴꼬리원숭이의 일종이다. 이 섬에 오는 관광객들은 망고나 견과류 등을 원숭이에게 던져주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셧다운’ 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식량난’이 닥쳤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원숭이가 돌로 굴 껍데기를 깨서 먹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만일 급격한 환경변화가 지속된다면 원숭이도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로 이행될 것이다. ‘운 좋게도’ 인간이 그런 기회를 이용하여 문명을 만들었다. 양자론으로 본 우주가, 진화론으로 본 인간이 수많은 ‘우연’ 안에서 탄생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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