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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 새로운 시나리오

오래전 지구에서 짙은 대기가 걷히면서 일단의 세균이 지열 대신 태양에서 오는 복사에너지를 활용하는 광합성을 발명했다. 지열에서 햇빛으로의 에너지 공급원 전환은 생명이 마그마가 상승하는 국한된 지역에서 태양이 비치는 지구의 거의 모든 지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해준 생명의 에너지 혁명이었다. 산소 발생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의 번성은 대량의 산소를 공급하여 지표면을 산화시키고 해양과 대기에 산소가 축적되는 대산화 사건(great oxidation event)을 일으켜 생명뿐만 아니라 지구의 진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호기성 생물이 지구상에 탄생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했고 지구상의 산소 공급은 이렇게 광합성 생물에서 비롯되었다.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 출현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놓아 지구 상공에 오존층이 형성됨으로써, 태양의 자외선 등으로부터 지구를 지켜 줄 강력한 보호막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세균을 비롯한 일부 생명체들은 산소 노출에 적응하는 진화를 했고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됐다. 산소 노출에 적응한 남세균은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번성했고, 현재도 가장 성공적인 세균으로 남아 있다. 남세균의 번성은 대량의 산소를 발생시켜 해양의 철을 고갈시켰고, 산소는 해양과 대기에 축적되기 시작했다. 해양에서 대기로 방출된 산소는 대기 중의 메탄과 대륙 표면의 철을 산화시키며 흡수됐기에 10억 년 정도 대기의 산소농도는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리하여 인간은 산소를 마시는 존재로 지구상에 나타났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와 그 시나리오가 달라질지 모른다. 2019년 산화철 등이 바닷물과 합쳐지면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해 금속을 포함한 광물이 전기를 만들어내고, 해수 전기분해를 통해 산소가 생성되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나왔다. 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서는 산소가 소비될 뿐 새로 생성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2024년 빛이 전혀 닿지 않아 광합성이 불가능한 심해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암흑산소(dark oxygen)가 새롭게 드러났다. 빛이 없는 심해에서도 산소가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생명의 기원에 대한 시나리오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생명탄생’ 시나리오가 나올지 궁금하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1-024-01480-8


인간이 산다는 것, 인류가 존재해왔다는 것은 어쩌면 무지에서 앎으로 나아가는 여정이었다. 우리는 ‘알지 못함’이라는 무지의 세계가 얼마나 큰 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이 세상에 무한한 것은 우주와 인간의 어리석음 두 가지밖에 없다.”고 말했듯이. 우리 인류가 지구상에 산다는 것은 도대체 심연을 알 수 없는 낯선 우리 자신과 생명과 우주를 알아가는 길 위에 서있는 것이다. 그래서 늘 새로운 연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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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인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와 오류 그리고 과오를 기억하고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고 줄이고

인간을 사랑하고

읽고 배우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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