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연생명이 아니라 만들어낸 ‘인공’ 생명체를 ‘창조’하는 것에 도전해왔다. 최초의 인공생명체는 2010년에야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다. 우주의 역사에서 생명이 생명을 만들어낸 것은 처음이었다.
2010년 세계 최초로 인공 세균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생물학자 크레이크 벤터(John Craig Venter)는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전자로 인공 세포를 만든 것이다. 한 종류의 세균(미코플라스마 미코이데스 세균)의 유전체를 흉내 내어 사본 유전체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만든 유전체를 효모에 넣어 이어 붙인 뒤 유전체가 없는 박테리아(미코플라스마 카프리콜룸)에 넣어 인공생명체를 만들었다. 현재 존재하는 세균의 유전체를 모방한 것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연구 이후 합성생물학이라는 이름으로 실험실에서 인공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합성생물학은 게놈을 직접 디자인해 인공생명체를 만든다.
6년이 지난 2016년 좀 더 ‘진화’된 인공생명체가 만들어졌다. 최소한의 유전자(473개)로 구성된 단세포 인공생명체(‘JCVI-syn3.0’) 합성에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세균의 유전체를 분석한 다음, 유전자를 하나씩 하나씩 불활성화하면서 어떤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확인했다. 이 필수 유전자 목록을 바탕으로 DNA 조각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새로운 유전체를 가진 인공 세포를 만들었다. 이 인공 세포는 영양소를 공급받자 단백질을 만들고 DNA를 복제하며 세포막을 형성하는 세포가 하는 일들을 해냈다. 이 생명체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최소한의 유전자만 갖추고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자손 번식에서는 크기와 형태가 고르지 못하게 분열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즉 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명체의 기본특성이 부족한 상태였다.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게놈 유전체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연구는 민물에 사는 세균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전 세계 민물에 널리 퍼져 있는 비병원성 한 세균(Caulobacter crescentus)은 유전자 4000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 680개가 생존에 꼭 필요하다. 이 세균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게놈을 토대로 새로운 게놈을 합성시켰다. 자체 개발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DNA 염기서열 수준에서 중복으로 갖고 있는 부분을 빼서 간소화시키고 생물학적 기능이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편집했다. 게놈 부분 236개 조각으로 나눠 합성하고 합성한 조각들을 한 데 이어서 하나의 게놈으로 완성했다. 그 결과 세균이 가진 있던 DNA 염기서열 80만 개 중 6분의 1 이상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었다. 최소한으로 편집하였기 때문에 유전자가 발현됐을 때 생물학적인 기능은 똑같았다. 이 세균의 게놈에 이렇게 합성한 인공 유전자들을 끼워 넣은 뒤 세균의 원래 유전자들이 발현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더니 인공 유전자 680개 중에 580개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향후 연구를 통해 이렇게 만든 인공유전의 게놈을 가진 인공 세균을 만들 예정이다.
2016년 최소한의 유전자(473개)로 구성된 단세포 인공생명체(‘JCVI-syn3.0’) 합성한 수 5년이 지난 2021년 마침내 세포 분열을 통해 자손 번식까지 할 수 있는 인공생명체(JCVI-syn3A)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5년간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유전자 7개를 포함해 총 19개 유전자를 찾아내 2016년 만든 인공생명체(JCVI-syn3.0)에 추가했다. 그 결과 세포 분열을 일으켜 세대 증식이 가능한 인공세포를 만들어 냈다. 새로이 만들어낸 인공생명체의 모세포에서 증식한 딸세포는 크기와 형태, 유전자 구성에서 완전히 일치했다. 생명 유지뿐 아니라 증식도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생명체에 더 가까워졌다. 유전자 19개가 추가돼 유전자가 총 492개이지만, 4000여 개를 보유한 대장균이나 3만 개 수준인 인간 세포와 비교하면 적다.
합성생물학의 미래는 무한하다. 어떤 생명체를 만들어낼지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만들어낸 생물이 번식을 계속한다면 진화도 가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명의 기원도 또 다른 차원이 추가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공생명이 아니라 자연생명이다. 인공생명이란 없다. 인간도 자연이기 때문이다. 식물의 광 수용체가 동물로 들어와 눈으로 진화했다. 유전자들이 이합집산 하면서 진화해온 것을 생각하면 인공생명이라고 부르는 생명도 곧 자연 진화의 하나일 뿐이다. 인간의 지적인 진화로 지구상의 생명계는 또 다른 차원의 생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