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문사회

자녀의 자살을 방치하는 사회

2022년 4월 수원에서 고등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평소 우울증도 없었고 가족과 친구관계도 좋았다. 다만 성적인 학교에서 1등급을 유지하던 학생이 최근 3등급까지 성적이 떨어졌다. 수험생의 자살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언제나 마음은 무겁다.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지역, 국가, 연도, 나이, 성별 등에 따른 자살데이터를 분석한 연구결과, 30년간 자살로 인한 전 세계 연령 표준화 사망률은 10만 명당 약 15명에서 10만 명당 9명으로 거의 40% 감소하여 개입과 예방이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연령 표준화 사망률은 인구구조가 다른 집단 간의 사망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 연령구조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사망률을 일컫는다. 여성은 자살 사망자가 50% 넘게, 남성은 34% 감소했다. 지역적으로 동아시아가 66%로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살률이 증가한 곳도 있다. 중남미가 39% 증가했고, 멕시코의 경우 여성 자살률이 123%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74만 명이 자살하며, 평균 43초에 한 명꼴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자살을 시도하면 사망할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았지만 여성은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49% 더 높았다. 전반적인 자살 사망률은 남성의 경우 10만 명당 2.8명, 여성은 10만 명당 5.4명으로 나타났다.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pub/article/PIIS2468-2667(25)00006-4/fulltext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오히려 자살률이 급증했다. 1980~90년대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낮은 편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외국에서는 대부분 자살률이 감소했지만 한국의 자살률은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고, 2005년부터 OECD 국가 중 1위이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한국의 자살률은 100% 이상 증가했다. 경제협력기구(OECD)의 2020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6명으로 경제협력기구 평균 11.3명의 2배 이상이다. 2023년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978명으로 전년보다 1072명 증가(8.3%)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표준인구 10만 명당 24.8명으로 가장 많은 숫자다. 한국의 10대~3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40~50대도 자살이 사망 원인의 2위이다.


자살의 원인에는 사회적인 문제와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 유전적인 요인은 반 정도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2020년 북유럽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자살과 관련될 수 있는 20개 이상의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은 충동성, 정신분열증, 그리고 주요 우울증에 대한 유전적 위험이 상당히 높았다.


사회적인 원인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자살 동기는 남자의 경우, 10대와 20대는 ‘정신적’ 어려움, 30대~50대는 ‘경제적’ 어려움, 60대 이상은 ‘육체적’ 어려움이 주요 원인이다. 여자는 모든 연령대에서 ‘정신적’ 어려움이 가장 높다.


경제협력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우울증은 36.8%로, 스웨덴 30%, 호주 27.6%, 멕시코 27.6%, 미국 23.5%를 제치고 1위다. 우리나라 10대 자살원인인 정신적 어려움은 그 요인을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나라 십대 청소년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이다. 이런 사실이 수십 년간 보도되고 있지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읽고 그냥 덮는다.


주의 깊게 보면 자살은 사전에 알 수 있다. 학교나 회사 다니기 싫어하면서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은 언어적인 증상이다. 특히 청소년의 말은 그냥 지나치거나 무심코 들으면 안 된다. 따돌림을 당하는 등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황이라면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갑자기 폭주를 하거나 하지도 않던 정리하는 행위를 하는 것도 조심하여야 한다.


우선 명심하여야 한다. 절대로 설득을 하거나 훈계를 해서는 안 된다. 남을 가르치려는 태도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도 충분히 생각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접근은 자신을 공감하지 못한다고 느끼게 하여 외로움과 고립감을 더 느끼게 하여 자살을 더 부추길 수 있다. ‘힘내!’라는 말도 공허한 말이다. 스스로 힘을 낼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렸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최악이다.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마법’ 같은 말이나 비법이란 없다. 터널 시야(tunnel vision) 현상 때문이다. 화가 많이 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 눈앞에만 집중하느라 객관적 판단이 떨어지는 현상을 터널 시야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과 감정을 듣는데 익숙하지 않다. 나도 듣기보다 자꾸 설득하거나 가르치려 든다. 들으려고 애쓰지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선 ‘그’의 말을 그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들어줘야 한다. 때로는 부모님과 친구 또는 반려 견 얘기를 하는 것은 좀 낮다. 서로 공감을 하고 대화의 물꼬를 튼 경우 자신은 물러나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이나 자살예방센터 등에 연계될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것이 좋다.

........................................................

최근에 나온 연구나 정보를 기초로 기존 자료를 통합하여 정리한 글입니다.

궁금한 점, 글과 관련된 모임이나 대화는

ksk0508@gmail.com

로 문의하길 희망합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살 동기와 그를 대하는 마음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