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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권력과 집단폭력 그리고 후성유전학 폐해


유전자는 단기적인 경험으로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후성유전학(epigenetics)적인 변화는 나타난다. 경험한 특정한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유전자에 작은 화학적 표지(chemical flags)가 추가될 수 있다. 특히 전쟁과 내전 같은 폭력을 겪거나 경험한 사람과 그 후손은 유전자에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발생한다.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신체뿐만이 아니라 정신에서도 나타난다.


정신적 외상은 두 세대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증상은 자손에게까지 유전된다. 9·11 테러가 발생했던 2001년 근처에 있었던 임산부들의 코티솔(cortisol) 수치는 상당히 낮았고, 그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아이들은 더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흘러 정신적인 치유가 끝났다고 느끼더라도 유전자는 충격적 사건들을 그대로 기록해 놓는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다음 세대에까지 전달된다. 유독 9·11 테러만 연구한 결과이다. 하지만 미국의 중동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적 전쟁,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유전자에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나타났을 것이다. 엄청난 고통과 비극을 겪었다는 의미이다.


시리아에서는 학살과 내전이 오래 이어졌다. 1980년대의 학살과 2010년대의 내전이 그것이다. 전자는 1982년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하마시를 포위하고 수만 명을 살해한 것이었고, 이후 아사드 정권에 맞선 내전이 일어났다. 학살 당시 생존자의 손주에게는 조부모가 경험한 폭력 트라우마로 생긴 게놈에 14개의 변형이 발생했다. 직접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의 게놈에서도 후성유전학적 변화 부위 21개가 발견됐다. 자궁에 있을 때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은 노화 질병과 관련이 있는 후성유전학적 노화 가속 현상을 보였다. 이런 후성유전학적 변화 대부분은 폭력에 노출된 후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89818-z


폭력적 파시즘 냄새가 나는 트럼프, 폭력적 레닌·스탈린 학살 냄새가 나는 푸틴과 북한정권이 서로 친숙하게 지내고 있다. 인류가 ‘미치광이’ 형 인간이 권력을 막을 제도를 갖추지 않는다면 대규모 집단폭력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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