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대학 토마스 펄스(Thomas Perls) 교수는 백세수명연구(The New England Centenarian Study)를 한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100세를 넘어선 노인들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40%가 넘는 사람은 80대가 될 때까지 노화 관련 질병이 없다(delayers 유형). 40% 이상의 사람들은 60~70대에 만성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사망하지 않은 사람이다(survivors 유형), 10%가 넘는 사람만이 건강(escapers) 유형으로 100세가 넘어도 질병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선천적인 요인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화와 관련된 잘못된 생각중 하나는 죽음을 연장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100세 이상 사는 사람, 특히 110세 이상 살고 있는 사람들은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어 노화 관련 질병을 앓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인간 수명은 약 25%만이 유전자에 기인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건강과 관련된 행위와 환경조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통념과는 많이 다르다.
2020년 하버드대학 프랭크 후(Frank Hu) 교수는 수명을 10년 연장할 수 있는 5가지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했다. 간단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생활습관이다. 금연과 약간의 음주, 18.5~24.9의 체질량지수,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 건강한 식습관이다. 건강한 식습관이 가장 어렵다. 채소와 과일, 생선 위주로 먹고, 가공식품, 정제곡류, 고지방 유제품 등을 줄인다. 술 담배를 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숙제이다. 호르몬이 무자비하게 찾게 만든다. 나는 19살 때 급성폐렴과 폐결핵으로 거의 1년을 병원 신세를 졌다. 담배를 멀리하라는 의사의 경고에도 애연가로 살다가 10년 만에 건강악화로 ‘끊겼다.’ 술도 과했다.
2025년 수명의 선천성과 후천성에 관한 의미 있는 연구가 나왔다. 유전요인보다 환경요인이 훨씬 강력하다는 연구이다. 주요 질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위험의 17%는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은 2% 미만이었다. 환경요인 중 흡연, 사회경제적 지위, 신체활동 및 생활조건이 사망률과 생물학적 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흡연은 21가지 질병, 가구소득과 주택소유, 고용상태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은 19가지 질병, 신체활동 부족은 17가지 질병과 관련이 있다. 또 생활환경 노출은 폐, 심장, 간 질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반면 유전적 요인은 치매와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환경의 영향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10세 때의 고도 비만이나 저체중, 출생 전후의 산모 흡연 등 생애 초기에 노출되는 요인들은 30~80년 후 노화와 조기 사망위험에 영향을 미친다. 중대한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적 위험요인 중 23가지가 관리가 가능하다. 고용여부, 신체활동 수준, 수면시간, 흡연, 배우자의 존재 여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 고용 상태, 경제적 안정이 사망위험을 낮추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가장 큰 효과가 있었다. 배우자를 사랑하고 늘 감사해야 한다.
치매, 뇌졸중, 노인 우울증은 나이 들어가면서 피하고 싶은 비극이다. 이들은 서로 연결되고 얽혀 있어, 하나가 발생하면 다른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세 가지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17가지 요인이 2025년 밝혀졌다. 흡연, 알코올, 식습관, 혈압, 체질량지수, 공복 혈당, 총 콜레스테롤, 청력손실, 신장 기능, 통증, 신체활동, 여가시간의 인지활동, 사회참여, 우울 증상, 삶의 목적, 수면, 스트레스이다. 이들 요인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활동량을 늘리면 수면이 개선되고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두어 관리하는 것이 좋다. 몇 가지 변화로 뇌졸중의 60%, 치매의 40%, 노인 우울증의 35%를 줄일 수 있다. 가장 핵심 요인은 고혈압이므로 가장 먼저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과 중증 신장질환은 세 가지 뇌질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흡연이나 콜레스테롤은 뇌의 작은 혈관을 손상시키는 뇌 소혈관 질환(cerebral small vessel disease, CSVD)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뇌 기능을 저해하여 세 가지 질환의 위험을 모두 높일 수 있다. 신체활동 및 여가시간의 인지활동은 뇌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 뇌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이런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므로 인과관계가 아닐 수 있다. 뇌 상태가 좋은 사람이 신체 활동과 인지적 여가 활동 참여율이 높을 수 있다.
https://jnnp.bmj.com/content/early/2025/03/21/jnnp-2024-334925
얼마 전 아내로부터 들은 얘기이다. 지인의 남편이 암으로 위태롭다는 소식이다. 그 분은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뭐든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암에 걸렸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우연성이 많은지 실감나는 소식이다. 질병 중에는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 또는 질병불안장애(illness anxiety disorder)라는 것이 있다. 병에 걸릴까봐 노심초사하는 증상으로 일종의 병이다. 이런 사람은 의외로 많아 인구의 5% 정도가 겪는다.
건강 염려증이 심한 사람은 실제로도 평균 5년 정도 일찍 죽는다. 건강 염려증이 있는 사람은 일찍 죽을 가능성이 84% 높다. 결혼 여부, 교육 수준, 생활수준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어도 69%나 높았다. 자연사 발생률이 60%, 자연사가 아닌 것은 2.43배나 높았고 자살은 4.14배이다. 건강 염려증으로 판정을 받는 사람이 낮기 때문에 진단되지 않은 환자를 고려한다면 사망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사람들은 만성 스트레스로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고, 심각한 질병이 있는 것으로 진단될까 봐 무서워 의사를 찾지 않는다. 건강 염려증은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건강 염려증까지는 아니어도 지나치게 건강을 챙기는 것도 스트레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