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자연선택 번식에서 문화 진화로

결혼: 자연선택 번식에서 문화 진화로


인간은 성장기에는 부모와 함께 살고, 성년기가 되면 부모로부터의 독립하고, 성숙기에는 부모가 되어 다시 자식과 함께 산다. 이것은 자연과 인간의 역사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 중 결혼은 가장 큰 일이다. 결혼은 유전자의 명령이며 진화의 작동방식이자 문화이다. 하지만 진화가 지나쳐서 인간이 유전자의 명령을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혼을 거부하거나 아이를 낳는 것을 거부하는 문화가 나타난 것이다. 설령 결혼하더라도 이혼율이 높으며, 2015년 통계이지만 한국은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로 33.9%이다(오마이뉴스, 2015.1.6. 편집). 한국인들은 진화의 최상층부에 오른 종일까. 아니면 진화의 부작용 탓일까. 둘 다 일 것 이다.


진화의 부작용 중 하나는 생존환경이 지나치게 나쁘다는 점이다. 2023년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세계 최저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헬 조선’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한국의 청년들은 모아둔 돈이 많지 않다면 결혼과 출산은 생각도 못한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학원으로 사교육으로 입시에 시달린다. 졸업해도 경쟁은 끝이 없어 취업도 힘들고 물가도 비싸 원룸에서 혼자서 살기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프랑스 청년들이 파리로 올라와 룸메이트를 구해 원룸 같은 작은 집에 살기 시작한다. 임대료가 매우 비싸 부담을 나누기 위해서이다. 결혼비용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으면 부모의 결혼 승낙을 받아야 하고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렵다. 결혼할 때 도움을 받으니 살면서 양가 부모님의 끊임없는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학력이 좋은 여자는 결혼하지 않는다. 여성은 경제적 독립가능성이 높아져 과거처럼 결혼이 생계유지의 필수조건이 아니어서 결혼 연기나 비혼 선택이 늘고 있다. 여성의 생존환경이 크게 바뀐 것이다.


지능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번식에 대한 거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인간이 번식기계가 되는 것은 거부하는 것이다. 특히 고학력자에게 많이 나타난다. 학력이 높으면 혼인율이 떨어지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2025년 미국 백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이다. 연구는 어머니의 학력을 변수로 했다. 어머니의 학력은 자녀 학력에는 강한 영향을 주지만, 자녀의 결혼여부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 따라서 순수한 교육효과를 추정하는 데 적합한 변수이다. 연구결과 25~34세에선 교육기간이 1년 늘어날 때 결혼확률이 약 4%포인트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45~54세에선 현재 결혼 상태에 교육수준이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교육이 결혼 시기만 늦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혼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와 결혼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미혼’ 비율은 증가했지만, 결혼한 사람의 경우 40~50대에 이혼·별거·사별 확률은 낮아졌다. 이 두 효과가 상쇄돼 중년층의 현재 결혼률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동일하게 학사학위 이상을 가진 배우자와 결혼할 가능성이 커져, 동질혼인(positive assortative mating) 경향이 뚜렷했다. 한편 교육이 결혼에 미치는 부정적·긍정적 효과 모두 남녀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현상과 다르다. 이는 교육이 주로 여성의 결혼 시장에만 영향을 준다고 보던 과거 일부 이론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다만, 미국 사회에 대한 분석이기에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

https://www.iza.org/publications/dp/17665/causal-effects-of-education-on-marriage


사는 것이 팍팍해지면서 미혼 남녀의 약 65%는 솔로를 지향하고 ‘연애’에 관심이 없다. 2021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미혼남녀 중 연애를 하고 있는 비율은 46%, 하지 않는 비율은 35%로 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연애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도 18%에 달한다.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혼자가 편해서’ 33.6%,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12.7%, ‘커리어에 집중하고 싶어서’ 4.5%로 과반수가 싱글 라이프를 선호한다. 과거 성욕을 통제하던 사회가 이제 성이 자유화되었다. 억제된 성이 자유화되면서 성욕의 ‘효용성’은 크게 떨어졌다.


2024년 조사는 더 심각하다. 21~41살 MZ세대(1983~2003년생) 절반 이상인 57.3%가 연애경험이 없고 75.8%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 ‘경제적 원인’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응답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연애경험이 있는 사람의 연애 횟수는 ‘1~2회’라고 답한 비율은 36.9%, ‘3~4회’는 19%, ‘5회 이상’은 18.5%였다. 연애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원인’ 17.2%, 특별한 이유 없이 15.8%,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음이 10%, 귀찮아서 9.5%, 관심이 없어서 9%로 나타났다.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성격 33.5%, 첫인상과 외모 25.4%, 가치관 13.6%, 경제적 능력 5.9%를 기록했다.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인구 비중인 생애미혼율도 2013년 약 5%에서 2023년 14%로 높아졌다. 인간사회는 생물학적 진화의 ‘끝’에서 이제 문화적 진화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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