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과 불완전한 진화
어제 근처 산을 두 시간 정도 걸었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 한 손에는 탄산수를 들었다. 두 발로 서서 걸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 인간은 두발로 걷는 직립보행을 하면서 두 팔과 손이 자유로워졌다. 덕분에 글씨를 쓰고 핸드폰을 만지고 골프와 농구를 할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엄청난 것이다. 하지만 꼿꼿이 서서 걸으면서 허리디스크 같은 고통도 받는다. 인간의 직립보행은 수백만 년부터 서서히 진화되었다.
두 발로 걷게 된 것은 골반 때문이다. 골반은 우리 몸의 무게를 지탱하고 걸을 때 균형을 잡아준다. 내가 산에 오르는 것은 수백만 년의 진화가 이어진 결과이다. 인간의 골반은 원숭이나 침팬지와는 전혀 다르다.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의 골반은 길고 좁은 형태로, 나무를 타거나 사지를 써서 움직이는 데 유리하다. 반면 인간의 골반은 옆으로 퍼진 그릇 모양이다. 이 덕분에 걸을 때 한쪽 다리에서 다른 쪽 다리로 체중을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고, 오래 걷거나 달릴 수 있다.
인간의 골반이 다른 유인원과 달라진 것은 약 500만~800만 년 전 인류가 유인원과 갈라지면서 나타난 유전자 변화 때문이다. 첫째는 초기 배아단계에서 성장판(epiphyseal plate)이 90도 회전했다. 원래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 길게 자라던 골반이 옆으로 넓어지며 짧아졌다. 그 결과, 그릇 모양의 골반이 만들어진다. 둘째는 뼈가 굳어지는 시점이 지연되었다. 대부분의 뼈는 뼈대 중앙에서부터 뼈 발생(골화, ossification)이 시작되지만, 인간의 골반은 가장자리가 먼저 굳고 내부는 늦게 단단해진다. 덕분에 골반이 퍼진 모양을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었고, 직립 보행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화석 기록상 가장 오래된 골반인 약 440만 년 된 아르디피테쿠스(Ardipithecus) 화석은 인간 골반과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320만 년 전의 화석 ‘루시’ 역시 직립 보행을 위한 넓은 골반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399-9
진화는 불완전하다. 정밀하게 기획된 청사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땜질’하며 자연선택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직립보행은 허리 통증과 관절염, 탈장의 원인이다. 여성의 경우엔 골반이 좁아져서 고통, 심지어 죽음을 겪는다. 자연선택은 두뇌 크기가 어른의 3분의1밖에 안 되는 미성숙한 아기를 낳게 하였다. 그래서 오랜 기간 키우고 교육시키며 사회적 협력과 학습능력을 높였다. 그로 인한 고도의 문명은 기획이 아니라 불완전한 땜질의 부산물이다.